롯데그룹이 경북 성주군 성주 롯데스카이힐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제공하는 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발해 롯데를 직접 겨냥한 보복조치에 나서면서 롯데의 중국 관련 사업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기 대선 가능성 등 불안정한 국내 정세도 새로운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2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스카이힐 성주CC를 소유하고 롯데상사는 경기도 남양주 군용지와 성주CC의 교환 계약을 승인할 이사회 개최 날짜조차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롯데와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성주골프장의 대가로 남양주 군용지를 받는 '교환'에 합의했고 이미 성주골프장과 군용지의 감정평가 작업도 끝마친 상태다. 이때문에 국방부는 올해 설 이전에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국방부의 예상과 달리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은 대외적으로 "사부 부지 제공에 협력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단지 당초 예상보다 일정이 지연되는 이유는 이사회에서 보다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배임 문제 등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이사회 승인의 근거가 명확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정밀하게 교환의 타당성 분석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좀더 복잡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국내 사업만 고려하면 국방부와 부지교환 계약을 최대한 서둘러 체결해야 하지만 중국 사업을 고려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주CC가 사드 부지로 확정된 이후 중국 당국은 현지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 사업장에 대해 세무조사. 소방 및 위생점검, 안전점검 등을 진행하는 등의 보복성 조치에 나섰다. 중국에서 사업을 크게 벌이고 있는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중국이 마음먹고 나서면 롯데 중국 사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며 "롯데가 떠안는 리스크와 무형의 손실이 너무 커서 단순히 땅의 가격만 비교해서 교환하는 것은 롯데그룹에게 엄청난 손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야권에서는 "국회에서 사드 배치를 논의해야 한다"며 국방부를 압박하고 있다.사드 배치를 강력히 추진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정지된 상황도 롯데의 기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주요 야권 후보들은 대부분 사드 배치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지금 누구 편을 들어야할지 명확하게 판단하기 쉽지 않은 딜레마 상황"이라며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사태를 지켜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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