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외면과 각종 악재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던 시리얼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달 30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던 시리얼 시장이 올해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2년 약 2622억원 규모였던 국내 시리얼시장은 2013년 2406억원, 2014년 2184억원으로 해마다 10%가까이 줄어든 이후 작년에는 1899억원으로 2000억원 대 밑으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올들어 9월말까지 이 시장은 약 7.7% 성장한 1547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 되면 내년는 2000억원대 시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실제 롯데마트에서도 올해들어 시리얼 시장은 전년대비 17.7%나 성장하는 등 좋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시리얼시장에 가장 큰 타격을 가지고 온 것은 지난 2014년에 불거진 소위 ‘대장균 시리얼’사건 때문이었다. 당시 검찰이 국내 1위 시리얼 회사인 동서식품을 대장균이 검출된 시리얼을 재사용 했다는 혐의로 기소하며 식품안전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며 시장은 급추락 하기 시작했다.이후 동서측은 무혐의 판결을 받으면서 마케팅 역량을 쏟아부었지만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속적으로 우유소비량이 줄고 있는 점도 시리얼 시장 위축에 한 몫 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1인당 30.8kg에 달하던 흰 우유 소비량은 2010년 28.1kg, 지난해 26.6kg로 계속 줄고있다. 우유를 부어 먹는 식품인 시리얼 소비는 우유소비량 감소에 비례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아침식사용 간편가정식(HMR)등이 속속 등장하며 ‘아침대용식’의 대표주자로 여겨지던 시리얼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점도 시장 축소에 영향을 미친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간편가정식 시장을 키우고 있는 ‘1인가구 증가세’는 최근의 시리얼 시장의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박상태 롯데마트 대용식품 상품기획자(MD)는 “과거 안전문제로 다소 주춤했던 시리얼시장의 소비자 수요가 다시 돌아오고 있는데 1인가구의 증가 등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하려는 고객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매출 증가의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과거 시리얼시장의 주요 타켓층이 어린이와 청소년이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곡물과 과일 등을 꿀로 뭉쳐 덩어리로 만든 ‘그래놀라’는 지난해부터 가장 대표적인 ‘성인시리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동서식품 측은 “한국 시리얼은 약 70%가 어린이용 시장, 30%가 성인용 시장이지만 최근에는 성인용 시장 규모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리얼이 간편섭취가 가능한 ‘영양식’이라는 정보를 전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특히 20대~30대 젊은 소비자들은 간단하게 ‘웰빙’식사를 하려는 욕구가 강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시리얼=집에서 먹는 아침식사’이라는 공식을 탈피하기 위한 움직임도 포착된다. 농심 켈로그는 최근 서울 역삼동에 ‘시리얼카페’를 열고 시리얼에 과일, 너트, 요거트, 초콜릿 등을 넣어 즐길 수 있는 메뉴 3종을 출시하기도 했다. 시리얼을 우유와 곁들이는 것 뿐만 아니라 요거트나 두유 , 아몬드 밀크 등과 함께 곁들일 수 있도록 유도해 우유 소비 침체와 시리얼 시장간의 ‘거리’를 벌리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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