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글로벌 해운동맹 2M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한 데 대한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해운업계 안팎에서는 제기되는 협상 내용에 대한 지적에 현대상선이 옹색한 변명을 하면서 오해를 키우는 모양새다.
1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2M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는 조건 때문에 현대상선이 선박을 새로 건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현대상선은 “협상 결과에는 2M의 동의 없이는 선박 신조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날 선박신조검토협의체를 구성했고 내년에는 초대형유조선(VLCC)를 발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 관계자는 “말장난”이라고 꼬집었다. 2M과 별개로 영업하는 벌크선과 단거리 노선에 쓰이는 소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원양 컨테이너선을 늘리는 건 힘들다는 것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M과 함께 영업하는 아시아-미주·유럽 노선에 2M의 동의 없이 선박을 새로 투입할 수 없는 것은 맞다”고 시인하면서도 “2M과 함께 영업하지 않는 아시아노선과 벌크선 사업까지 제한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미주와 유럽을 오가는 대서양노선은 협력 대상에서 빠졌다.
문제는 해상 물동량을 끌어올 수 있느냐다. 현대상선은 2M으로부터 일주일에 2만63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의 물량을 배정받았다. 부산항을 출발해 미주 서안을 찍고 돌아오는 데 2주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1만TEU급 컨테이너선 6척이면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1만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은 모두 16척이다. 이중 10척이 1만3000TEU급 이상인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다. 현대상선은 2M으로부터 배정받은 것보다 더 많은 원양 컨테이너 물량을 끌어와야 보유한 배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현대상선과 2M이 내놓은 협상결과가 해운동맹이 맞느냐를 두고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현대상선과 2M이 맺은 관계를 동맹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서로 선복을 공유하지 않을뿐더러 2M이 영업하는 모든 항로에서 협력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해운동맹의 협력 방식으로 선복 공유·교환·매매 등을 제시했지만 글로벌 해운동맹들은 터미널과 같은 자산, 이익까지 공유하는 방식으로 협력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상선이 의도적으로 높은 수준의 협력방식을 알리지 않았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현대상선이 2M과 맺은 전략적 협력관계는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식이지만 해운동맹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며 “(현대상선이 비슷한 방식이라고 내세운) 오션얼라이언스도 훨씬 더 광범위한 노선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상선이 2M과 협상한 결과 자체에 대해서는 후하게 평가했다. 해운업계에서 예상한 것보다 물량도 더 많이 배정받았고, 가입기간도 줄였기 때문이다. 해운업계는 현대상선이 2M으로부터 일주일에 2만TEU의 물량을 배정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협상 결과 현대상선은 물량을 6300TEU 더 확보했다. 2M은 당초 현대상선을 10년동안 묶어두려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3년으로 줄였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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