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충격까지 전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고민은 점점 깊어가고 있다. 심각한 경기 상황은 국내 최고 상권으로 꼽히는 강남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상가 뿐만 아니라 주택 경기마저 얼어붙으면서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한 건설 투자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종합서비스업체 스마트하우스가 서울 강남구 일대 중소형 빌딩 입점 음식점 30곳을 조사한 결과 11곳이 11월 임대료를 내지 못했다. 임대료를 연체한 곳이 9월에는 4곳, 10월엔 7곳이었으니 점점 상황이 부정적으로 변하는 셈이다. 상가 관계자는 “상가 가치는 임대료로 결정되는데, 연체율이 오르면 그만큼 상가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 가늠자(바로미터)’로 불리는 강남 상권마저 죽어가는 모양새다.
불황 여파로 자영업이 몰락하는 상황은 전국적인 통계로도 입증된다. 통계청이 지난달말 발표한 ‘3분기(7∼9월) 가계동향’에 따르면 올 3분기 가구주 연령이 40∼49세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05만 215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3% 줄었다. 다른 연령대 소득이 늘어난 반면 40대 가구만 감소한 것이다. 주로 자영업자인 40대 사업소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만 2000원(5.9%) 줄어든 월 97만 8000원에 그친 탓이 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소득이 늘어나 한국 경제 ‘버팀목’이 됐던 40대가 위기 상황에 몰린 셈이다.
주택 시장도 비수기에 정부의 11.3 부동산대책과 대출규제까지 더해져 얼어붙는 모양새다. 서울 강남4구 아파트 가격은 5주 연속 하락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초(-0.07%) 강남(-0.05%) 송파(-0.04%) 강동(-0.04%) 등 강남4구는 전주 대비 하락폭을 키웠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3차 전용 157㎡은 작년 11월 23억원에 거래됐으나 1년 후인 지난달 163㎡ 매물이 20억 1000만원에 팔렸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의 경우 작년 11월 거래가 8건에 달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한 건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기준 금리가 오르고 국정 혼란이 계속되면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급매물이 쏟아지고, 전셋값이 급락하는 등 ‘입주대란’과 ‘역전세난’이 곳곳에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건설투자 증가율이 올해 10.1%에서 내년 4.4%로 확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용환진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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