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제지업체 한솔제지가 특수지의 일종인 감열지 분야에서 ‘글로벌 1위’ 목표를 선언하고 나섰다. 일반 인쇄용지의 매출 비중을 줄이고, 특수지 비중을 늘려 수출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1일 한솔제지에 따르면 최근 단행된 계열사 한솔아트원제지와의 합병 발표는 사업 중심축을 특수지 분야로 옮겨가기 위한 작업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한솔제지는 지난 수년간 감열지 부문에 투자를 집중해왔다. 2013년 유럽 최대 감열지 가공업체인 샤데스를 429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이듬해 네덜란드 라벨 가공업체 텔롤을 400억원에 사들였다. 지난해는 유럽 2위 감열지 가공업체인 독일 R+S그룹을 220억원에 인수하며 감열지 생산과 가공·유통을 수직 계열화했다.
감열지는 특수 약품처리를 통해 일정 온도의 열이 가해지면 색상이 변하는 특수지의 일종이다. 영수증(POS)이나 택배 등에 붙이는 라벨, 영화관 티켓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일반 인쇄용지가 세계적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과 반대로 감열지는 연 4.2%~6.6%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상훈 한솔제지 대표이사는 “한솔아트원제지와의 통합은 감열지 부문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감열지 분야 세계 1위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감열지로 동남아·중국·남미 등 글로벌 시장에도 적극 진출해 2020년 전체 매출 2조원, 영업이익 1600억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글로벌 감열지 생산량이 114만톤인데 2020년 178만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직까지 감열지에선 ‘종이 선진국’인 독일과 일본이 선두다. 일본의 오지제지(왕자제지)와 독일의 쾰러(Koehler)사가 생산량 1, 2위를 차지하는데, 최근 천밍·APP·콴하우 등 중국 제지업체들도 생산을 확대 중이다. 한솔은 유럽 업체 인수 등으로 감열지 생산을 꾸준히 늘려 지난해 생산량 18만6000톤으로 세계 3위까지 따라붙었다.
한솔은 이번 합병으로 인쇄용지를 생산하는 한솔아트원 신탄진공장 기존 설비에 485억원을 투자해 감열지 설비로 전환한다. 2019년말에는 생산량이 32만3000톤까지 늘어난다. 확고한 세계 1위 감열지 생산업체로 올라서면 품질 뿐아니라 가격에서도 경쟁우위를 선점할 전망이다. 한솔은 종존 17%였던 감열지 매출 비중을 2020년에는 22% 이상으로 늘려 신성장 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지난해 한솔제지의 매출액은 1조 5116억원, 영업이익은 754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특수지 매출은 3000억원 수준인데 감열지 글로벌 시장이 연 3조3000억원라는 걸 감안하면 성장 여력이 크다.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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