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한 색상 표현이 가능한 퀀텀닷(양자점) 소재 디스플레이를 기존 반도체 공정으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23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따르면 이 연구원 나노포토닉스연구센터 소속 한일기 박사와 박준서 연구원은 자체적으로 발광할 수 있는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달 초 나노 분야 국제 학술지 ‘나노 레터스’에 게재됐다.
퀀텀닷은 순도 높은 빛을 내며 색 구현이 뛰어난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 초미세 반도체 결정이다. 이를 전자소자에서 활용하려면 소자 내부에 퀀텀닷 패턴을 형성해야 한다. 다만 진공 상태에서 직접 패턴을 형성시키는 기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달리 퀀텀닷은 질량이 무거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존 반도체 업계는 도장을 찍듯 기판에 퀀텀닷을 전사시키거나 잉크젯 프린터처럼 인쇄하는 형태로 퀀텃담 패턴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크기가 큰 대면적 기판에 적용하기 어려운 데다 패턴 형성 시간도 오래 걸리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반도체 공정에 자주 쓰이는 ‘노광 공정’을 활용했다. 사진을 찍을 때와 같이 빛으로 판에 미세한 패턴을 새기고 여기에 색색의 퀀텀닷을 새긴 것이다. 이렇게 기존 반도체 공정을 이용하면 별도의 시설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이번 신기술이 실용화하면 고해상 디스플레이 제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지금도 퀀텀닷 방식의 TV 디스플레이가 시중에 나와 있다. 하지만 이는 액정표시장치(LCD)의 백라이트로 퀀텀닷을 탑재시킨 것이다. 그처럼 퀀텀닷과 LCD가 함께 있으면 LCD 두께 때문에 얇은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신기술에 따라 퀀텀닷 화소가 직접 색을 내는 디스플레이를 만들면 더욱 얇고 유연한 디스플레이도 구현할 수 있다. 연구진은 “기존 반도체 공정을 다색 퀀텀닷 패턴 형성에 응용한 것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라며 “향후 다른 퀀텃담 기반 소재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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