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선박 발주 시장에서 그나마 여객선 분야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국내 조선업계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화물을 싣고 다니는 상선보다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여객선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지만 국내에는 관련 산업이 형성되지 않아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선박 수주량 세계 1위는 크루즈선 3척을 수주한 이탈리아였다. 지난 9월에도 크루즈선 2척을 건조하기로 한 독일이 수주량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유조선 10척을 수주한 한국 조선업계는 29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선박 규모 단위)의 일감을 확보했다. 반면 이탈리아는 단 3척의 크루즈선 건조 계약으로 35만CGT를 따냈다.
발틱국제해사위원회 조사 결과 올해 8월말 기준 한국·일본 조선업계는 전년 동기 대비 수주량이 80% 넘게 감소했다. 반면 유럽 조선업계는 여객선 시장 호황으로 같은 기간 수주량이 45.3% 증가했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0년대 중반까지 고부가가치 선종의 경험을 쌓기 위해 페리급 여객선 건조에 나섰지만 지금은 완전히 손을 뗐다. 현대중공업은 여객선 분야에 진출을 검토하지 않았다.
국내 조선업계는 여객선 건조로 수익을 내는 게 힘들다고 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 미쓰비씨중공업이 몇 년 전 크루즈선 2척을 수주해 건조했지만 그로 인해 3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적이 있다”고 전했다.
조선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한국과 일본의 조선업계가 크루즈선 건조로 수익을 내기 힘든 이유는 지역 내에 관련 산업이 형성되지 않아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초호화 크루즈선에 들어가는 기자재는 유럽에서 사와야 한다”며 “국내에는 해당 기자재를 만드는 업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크루즈선사들이 유럽 지역의 조선소를 선호하는 것도 국내 조선업계에 진입장벽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국내 조선 빅3 모두 크루즈선도 만들 수 있는 기술은 확보하고 있지만 선주사 측에서 건조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기술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페리급 이상 여객선을 만든 실적은 삼성중공업이 8척, 대우조선이 10척이 전부다. 때문에 국내 여객선 업계는 페리급 이상 여객선을 도입하기 위해 외국에서 중고 선박을 사오는 실정이다. 최근 페리급 여객선을 새로 도입하기로 한 흥아해운도 중국 황해조선유한공사에 건조를 맡겼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의 여객선 건조 경쟁력을 쌓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여객선 업체가 페리급 이상 여객선 건조를 국내 조선소에 맡기면 건조대금의 50%까지 지원해주는 ‘연안 여객선 현대화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7일까지 올해 하반기 사업자 공모를 받은 결과 전남 완도와 제주도를 오가는 노선을 운영하는 하늘고속이 지원을 신청했다. 건조는 산업부로부터 연안여객선 건조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을 받은 대선조선이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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