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네이버의 동영상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스노우’ 인수를 추진했으나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저커버그가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에게 직접 전화해서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이 의장이 퇴짜를 놓았다고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가 보도했다.
테크크런치는 31일 소식통을 인용해 페이스북이 지난 2분기 스노우를 인수하려고 시도했지만 모회사인 네이버의 거부로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스노우를 인수하고 싶다”고 제안했으나 이 의장은 “스노우가 ‘제2의 라인’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며 거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스노우는 네이버의 자회사인 캠프모바일이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동영상 커뮤니케이션 앱이다. 10초 안팎의 동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한 뒤 각종 스티커와 그림 등을 적용하거나 변형해 다른 이용자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앱이다. 200여개 동물 가면과 36개 필터를 이용해 영상을 꾸밀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스냅챗의 서비스와도 유사해 ‘아시아판 스냅챗’이라고도 불린다. 최근엔 채팅 기능도 추가해 동영상 앱에서 SNS로 기능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
스노우는 지난 해 9월 출시됐는데 올해 들어 국내를 비롯해 일본, 대만 등에서 폭발적으로 이용자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해외 이용자가 전체 이용자의 70%를 차지하는데 일본에서 인기가 높다. 일본ㆍ중국ㆍ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가입자 8000만명을 확보하고 매달 1000만건의 다운로드 숫자를 늘려가고 있다. 일본 닛케이 신문이 지난 7월 발표한 청소년 인기 브랜드 순위조사인, ‘2016 U-19 히트랭킹‘에서 55.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전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의장은 지난 7월 라인을 상장한 날 기자들과 만나 “스노우와 네이버웹툰, 브이(V)앱 등 또다른 라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서비스들을 꾸준히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후 네이버의 모바일 분야 자회사인 캠프모바일에서 스노우를 분리해 독립 법인을 만들었고, 라인을 통해 46억 엔(약 500억원)투자를 결정했다. 라인은 스노우에게 1억8000만달러(약 2000억원)의 기업가치를 부여했다.
증권사에선 스노우의 가치를 3조원 이상까지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노무라는 지난 9월 8일 공개한 네이버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목표주가를 기존 9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히며, “그동안 스노우의 가치를 목표주가에 반영하지 않았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스노우 사용자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 스노우의 가치 3 조원을 목표주가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용자 1인당 영업가치를 1만8000원으로 산정해 1억 6300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치를 곱해 나온 수치다.
네이버 스노우에는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텐센트ㆍ알리바바와 같은 중국 IT기업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스노우가 여러 회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특정 기업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무라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최근 동영상 녹화 기능을 플랫폼에 추가했지만 사용자 트래픽이 크게 증가하지 못했다”면서 “스노우에 위협을 가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저커버그는 3년 전 스냅챗 인수에 실패한 데 이어 연이은 고배를 마신 셈이 됐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 2013년 30억달러(약 3조 4200억원)에 스냅챗 인수를 추진했지만, 창업자 에반 슈피겔이 거절해 무산된 바 있다. 현재 스냅챗의 기업가치는 약 250억달러(약 28조5500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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