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이 29일 새벽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롯데그룹은 한숨돌린 모습이다. 사실상 검찰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데다 롯데 1년 넘게 이어진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도 끝을 보이면서 호텔롯데 기업공개(IPO)와 코앞으로 다가온 신규 면세점 특허권 탈환 등 그룹 현안 챙기기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175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와 관련해 전일 오전 신 회장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법원은 29일 오전 4시20분께 구속영장 기각을 결정했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재까지의 수사 내용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기각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신 회장을 추가 소환하거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보강 수사를 거쳐 불구속 기소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6월 수사관 240여 명을 투입해 그룹과 계열사, 총수 일가 자택 등에 대한 수차례 압수수색으로 시작한 롯데그룹 비리 의혹 수사가 500여 명의 임직원 소환과 롯데 총수 일가 소환조사, 3개월여의 긴 검찰 수사 등의 기록을 남기며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게 된 셈이다.
신 회장은 이날 새벽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을 나서면서 그간의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우리 그룹은 여러가지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책임지고 고쳐서 좀 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롯데 그룹 역시 검찰 수사로 불가피하게 위축됐던 투자 등의 중장기적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 사태라는 급한 불은 꺼진 만큼 경영안정화에 우선 집중한다. 소비자와 협력사, 임직원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이어갈 방침이다.
무엇보다 검찰 수사로 완전히 정지됐던 호텔롯데 IPO 작업이 우선될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개선 작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규정상 총수 비자금이 중대한 회계 문제로 커질 경우 3년동안 재신청을 할 수 없어 비자금은 없다고 주장하는 롯데그룹의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재계 반응이다.
IPO를 통해 순환 출자 고리를 해소하고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면서 그동안 롯데그룹이 구상해온 지주사 체제로의 변화도 가능해진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IPO로 확보한 자금을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롯데리아, 롯데건설 등의 지분 매입에 사용해 순환 출자 해소에 나서면서 호텔롯데를 지주사로 세울 계획이었다. 오너 리스크로 롯데 계열 상장사 9곳의 시가총액이 무려 1조7000억원 가량 증발한데다 그룹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으로 신용등급 마저 떨어질 우려가 있는 큰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평가된다.
면세점, 호텔, 화학 관련 인수합병(M&A)도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호텔롯데가 유통과 관광을 접목한 ‘글로벌 트레블리(Global Travel Retail)를 내세운 만큼 상장을 통해 생긴 자금으로 해외 면세점과 호텔, 명품 브랜드 등 대형 M&A에 나설 계획이다. 롯데는 전세계 1위 면세사업자를 비롯해 아시아 톱3 호텔, 글로벌 톱5 테마파크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프랑스 파리, 체코 프라하의 5성급 호텔 인수가 검찰 수사 직후 중단된데다 호텔롯데 IPO 연기로 자금줄이 막히면서 미국과 호주 지역 면세점 인수를 포기했고, 미국 리조트 인수 사업도 검토 단계에서 철회한 만큼 투자처 물색에 나선다. 롯데그룹 전체 매출에서 15% 가량을 차지하는 화학 역시 신 회장이 현 매출 비중 40%대의 유통만큼 키우겠다고 해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 회장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 이슈 속에서도 삼성의 화학 계열사 3곳을 인수해 석유화학부문에 대한 수직 계열화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사업권 획득에 실패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재기도 시급하다. 다음달 4일 신청을 마감하는 신규 시내 면세 사업 특허권을 얻지 못하면 사실상 10년간 사업이 불가능한 만큼 롯데로서는 연매출 6000억원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재개장이 그룹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신 회장은 조만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주주들의 동요를 막으면서 연말 인사 등 쇄신 작업과 경영 전반에 대한 수습에 들어간다. 신 회장은 바닥으로 떨어진 롯데 이미지를 끌어올릴 방안에 대해서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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