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5명의 말기신부전 환자가 연이어 출산에 성공한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주목받고 있다. 가정을 꾸미는 대부분의 여성에게 아이를 출산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만성신부전증은 난치병이며 이중에서도 혈액 투석치료까지 하는 환자가 출산을 생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만성콩팥병 여성 환자들은 임신 성공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임신을 하더라도 유산이나 임신중독증과 같은 합병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성공적인 출산이 어렵다. 혈액투석으로 산모의 영양상태가 좋지 않고 요독수치가 높아 임신 40주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가 힘들고, 출산을 하더라도 대부분 저체중아로 태어나기 때문에 출산전후 산모나 신생아의 사망 위험도 높다.
유럽의 보고에 따르면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의 임신 성공률은 2.3%에 불과하고, 특히 임신한 만성신부전증 환자 중 45%가 인공 임신중절수술을 택했다고 한다. 또한 61%의 신생아가 양수막 조기파열 등 산모 및 태아의 상태 때문에 제왕절개에 의해 조기 유산했으며 태아의 발육부진은 42~90%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말기신부전환자의 출산이 드물게 보고되고 있지만 만성신부전 환자들이 비슷한 시기에 연이어 건강하게 출산한 사례는 처음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양철우·장지연, 소아청소년과 성인경, 산부인과 신종철 교수팀은 2012~14년 3년간 말기신부전을 앓던 중 임신한 5명의 환자를 집중적인 투석관리와 다학제 협진으로 출산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임상 결과를 분석했다. 환자들의 평균 출산 나이는 36.2세고, 평균 재태기간(임신 주수)는 32.7주였다. 4명은 투석치료를 받고 있었고, 1명은 투석직전의 말기신부전환자였다. 2명은 출산경험이 있었는데, 이 중 1명은 신장이식 수술 후 첫째 아이를 출산했고 이후 만성신부전증으로 혈액 투석 중 40세에 둘째를 임신했다. 3명은 어렵게 임신에 성공했으나 자연유산의 경험이 있었다.
산모들은 임신기간 동안 평균 주 5회 이상의 집중적인 투석 치료를 받았다. 한번 투석을 하는데 4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로 인해 혈압이 떨어지는 등 산모가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줄이는 대신 충분한 투석으로 뱃속 태아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횟수를 주 3회에서 5~6회로 늘린 것이다. 또한 조혈호르몬 투여량을 늘려서 빈혈을 없애고, 혈약을 관리하고, 산모들의 몸무게를 정상체중으로 늘리는 등 새 생명을 지키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출산 후 1명의 신생아는 합병증없이 정상 퇴원했고 1명의 신생아는 산모가 만삭 분만을 했지만 신생아 건강 확인을 위해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경과관찰 후 퇴원했다. 3명의 신생아는 산모가 임신중독증으로 조산하여 신생아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양철우 신장내과 교수는 “임신을 원하는 말기신부전환자에게 아직까지 임신은 권고할 수는 없으나, 이번 고무적인 연구결과가 임신하더라도 철처한 투석관리로 산모의 최상의 건강상태를 유지하여 고위험 임신을 주도면밀하게 관리한다면 산모와 태아에게 치명적인 합병증 없이 성공적으로 출산할 수 있다는 기틀이 되었다”고 말했다. 성인경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혈액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말기신부전 환자의 경우 임신중독증과 조산에 따른 신생아의 합병증이 높기 때문에 신장내과, 산과, 신생아 전문의간의 긴밀한 다학제 진료가 중요하며 특히 체계화되고 전문적인 신생아 중환자 관리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임상 연구결과는 대한신장학회 공식학술지(Kidney research and clinical practice)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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