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끝은 또 다른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42년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은 올여름 폭염을 거쳐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봄철 충분한 강수량으로 인해 잊히는 듯 했지만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비까지 내리지 않으면서 올해 물 부족 현상이 다시금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3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의 전국 평균 저수율이 지난 22일 현재 51.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7월 중순 80%에 가까웠던 저수율이 한 달 만에 50%대로 내려 않은 것이다. 평년에 75.5% 수준을 보였던 것의 68.5%에 불과한 수준이다.
특히 저수율이 평년의 50% 미만으로 파악된 저수지가 344개소에 달했으며 이중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97곳에 달했다.
국토교통부와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전국 17개 다목적댐의 저수량은 약 64억㎥로 지난 30년 평균치(예년)의 91.5%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극심한 가뭄을 보였던 충북 서부 보령댐 유역은 올해 강수량이 예년의 77%에 불과한데다, 홍수기를 끝낸 6월 21일 이후에는 57% 수준인 352㎜에 불과해 경고등이 켜졌다. 이에 따라 보령댐의 저수량이 4800만㎥(저수율 40.8%)까지 떨어져 지난 21일 국토부가 용수공급 ‘주의’ 단계를 발령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현재 보령댐 인근은 여유량 관리 목적의 하천 유지용수가 감축 공급되고 있다.
다른 다목적댐에서도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낙동강 수계의 남강댐은 저수율이 현재 29%로 예년 대비 76% 수준까지 떨어졌다. 아직까지 용수 공급·수요를 고려해 국토부가 ‘정상’단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현재 저수량이 90만㎥에 불과한 실정이다.
주원인은 전국 평균 강수량이 적었던 탓이다. 최근 두달간 전국 평균 강수량은 57.6㎜로 평년의 23%에 불과했다.
서울의 경우 8월 들어 22일까지 내린 비가 15.2㎜에 불과, 8월 평균 강수량과 비교해 4.2%에 그쳤다. 특히 충남 보령은 8월 들어 0㎜를 기록하면서 충남 일대의 가뭄이 더욱 극심한 실정이다. 비교적 비가 많이 내렸다는 부산과 울산, 창원 등도 100㎜를 밑돌았고, 그나마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으로 거의 증발하다시피 됐다.
한반도에는 태풍이 전무하다시피 하면서 폭염의 열기만 상승하면서 가뭄도 갈수록 심각한 국면으로 가고 있다. 8월 가뭄은 통상 연말까지 지속된다는 점에 비춰 물 걱정이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앞으로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으면 가뭄이 극심했던 지난 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저수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뭄이 확대되지 않도록 저수율이 평년의 50% 미만으로 파악된 저수지를 대상으로 용수를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폭염과 가뭄으로 농수산물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추석을 앞두고 가격이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밤 기온이 25도를 웃돌면서 과일과 채소의 작황이 크게 나빠져 생산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배추 1포기는 5472원에 거래됐다. 1년 전 같은 날에 비해 무려 92.1% 오른 가격이다. 오이 10개 값은 37.6% 뛴 8921원을 기록했다.
과일도 마찬가지다. 배(신고) 소매가격은 10개에 2만9559원으로, 1년 전에 비해 7.1% 상승했다. 복숭아(백도)는 10개에 1만5151원으로 같은 기간 5.4% 올랐다.
[서동철 기자 / 전정홍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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