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한지 4년밖에 안된 아이슬란드 해적당(pirate party)이 오는 10월 열리는 아이슬란드 총선에서 제1당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년간 대다수 설문조사에서 해적당이 1위를 차지했다”며 해적당의 총선 승리를 전망했다. 아이슬란드매체 캬닌이 발표한 지난 6월 설문조사에서 해적당은 28.3%의 지지를 받아 현 집권당인 독립당을 4% 포인트 앞질렀다. 이와관련해 정치분석가들은 해적당이 10월 총선에서 18석~20석을 확보, 무리없이 제1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적당의 비르기타 욘스도티르 의원은 차기 총리로 거론되고 있다. 욘스도티르 의원은 “(해적당의 기치인) ‘근본적인 체제개혁’에 동의하기만 한다면 기존 정당과의 연정을 펼칠 의사도 있다”고 밝혔다. 해적당의 약진은 기성정치에 대한 아이슬란드 국민들의 혐오에서 비롯됐다.
현재 해적당을 이끌고 있는 세력은 지난 2008년 아이슬란드 경제위기를 초래한 기성 정치세력과 기득권층 타도를 위해 당시 냄비와 후라이팬을 두드리며 ‘후라이팬 시위’에 나섰던 인물들이다.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는듯 보였던 아이슬란드 경제가 실제로는 투기자본을 기반으로 한 거품이었다는 점이 2008년 경제위기로 만천하에 들어나면서 기성정치권에 대한 분노가 확산됐다.
체제개혁을 내세운 해적당은 기성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자양분 삼아 지난 2013년 치러진 총선에서 3석을 확보한뒤 5%~10% 지지율을 꾸준히 이어왔다. 그러다가 30%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성장한 것은 지난 4월 정치권 탈세를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에 다비드 귄로이그손 총리부부가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부정직한 정권교체에 대한 염원이 커지면서부터다.
아이슬란드 해적당이 10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유럽 국가중에서 첫 해적당 첫 집권사례가 된다. 무시무시한 이름을 가진 해적당은지난 2006년 스웨덴에서 처음 등장한 후 독일·체코 등으로 퍼져나갔다. 이들은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를 목표로 하는 지적재산권법 개혁, 직접민주주의와 정부 투명성 확대 등의 노선을 공유한다. 특히 불법복제(piracy)를 지지, 해적당이라는 이름을 갖게됐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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