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음료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탄산수’지만 정작 대형마트에서는 판매가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왜일까.
25일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탄산수 시장 규모는 약 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100%) 신장했다. 업계에는 올해에도 이 신장세가 지속돼 연내 시장 규모가 약 1500억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에서는 탄산수 매출이 정체됐거나 오히려 뒷걸음을 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마트의 탄산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생수가 7%신장한 것과는 대비되는 수치다. 롯데마트의 상반기 탄산수 매출은 전년 대비 8%나 줄었다. 지난 14년 이후 매년 두자릿수 이상 신장하다가 올해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롯데마트의 2014년 탄산수 신장률은 128.5%, 2015년에는 61.2%였다.
대형마트 측은 탄산수의 정체에 대해 지난해 급속도로 시장이 성장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이마트에서는 저렴한 자체브랜드(PB) 탄산수가 새롭게 론칭했고 식품업계에서도 중저가형 국산 페트 탄산수 신제품들이 많이나오기 시작해 탄산수 시장이 들썩거렸다”며 “하지만 이제 시장이 점차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고 지난해 탄산수 판매량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올해 매출이 주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달리 탄산수 시장의 정체는 유독 ‘대형마트’에만 국한되어 있다. 실제 편의점과 온라인 몰 등 타 유통채널에서는 여전히 탄산수 매출이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와 옥션·G마켓 등에 따르면 올들어 온라인 시장에서 탄산수 매출은 약 25~30%수준으로 신장했다. 지마켓 음료 매출 분석에 따르면 올해 탄산수 매출 신장률은 25%로, 생수(23%), 차음료(19%)보다 오히려 높았다.편의점 세븐일레븐 역시 지난해 신장률(150%)에 비해서 주춤했지만 올해도 여전히 32.2%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만 탄산수 열풍에서 열외되어있는 배경에 대해 ‘배달의 용이성’에서 온라인 등에 밀렸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이미 생수 등 무거운 제품을 다량 구매할 때는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성향이 확실해 지고 있다”며 “탄산수 역시 개별 구매(편의점)과, 대량 구매(온라인몰)로 시장이 확실히 나눠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완벽한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역시 배달이 용이한 이마트의 온라인 쇼핑몰인 ‘이마트몰’의 탄산수 매출을 확인해 본 결과 전년 대비 11%나 줄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마트는 오프라인 매장 탄산수 매출 감소세(0%)다 온라인몰의 매출감소세(-11%)가 더 크다.
대형마트의 부진에는 ‘가격’도 가장 중요한 작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가령 이마트몰에서 최저가 순으로 탄산수 제품을 검색해봤을 경우 가장 저렴한 PB상품 가격이 680원, 다른 탄산수의 가격은 880원에 포진되어있다. 하지만 11번가에서는 이마트몰에서 880원에 판매되는 빅토리아 탄산수가 1+1 행사시 445원으로 이마트 판매가(880원)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하다. 지난 4월 신규 런칭한 동원 F&B 미네마인스파클링 역시 이마트 판매가는 880원이지만, 온라인에서는 병당 495원의 초특가로 나왔다. 특히 이 탄산수들은 대형마트가 아닌 온라인 쇼핑몰에서 먼저 제품을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온라인에서 제품을 판매하면 유통비용이 적어져 할인 행사를 하기 수월하다”며 “특히 박스당 대량구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할인폭을 키우기가 쉽고,가격 할인으로 인한 제품 홍보가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편의점에서는 ‘트레비’와 ‘씨그램’등 탄산수 매출 상위 1~2위인 제품들이 상시 2+1행사를 진행한다. 행사 미진행시 씨그램과 트레비의 병당 가격은 각각 1300원, 1600원으로 대형마트에 비해 높지만, 행사를 하게 되면 씨그램 가격은 866원, 트레비 가격은 1066원으로 떨어진다. 대형마트와 가격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해 지는 셈이다.
특히 탄산수는 맛의 차별화가 사실상 어려운 제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주로 제품 브랜드보다는 가격에 기대 구매를 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는 가격 행사가 진행될 경우 그렇지 않은 달보다 제품 매출이 최대 48% 신장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행사상품의 경우 사실 평균 제품 가격이 높은 편의점에 비해 대형할인점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가 많다”며 “탄산수의 경우 소량구매(편의점)와 대량 구매(온라인)로 구매패턴이 양극화 되는 점도 대형마트가 재미를 보지 못하는 이유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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