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서 첫 여성 임원으로 활동한 서영경 부총재보(53)가 15일 임기를 마치고 한은을 떠났다.
서 부총재보는 지난 2013년 당시 창립 63년만에 첫 여성 임원으로 승진하며 국내외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통상 한은에서 2급에서 1급은 4년, 1급에서 부총재보는 3년이 걸리지만 서 부총재보는 2급 승진 후 2년 만에 1급으로 올라선 이후 반년만에 임원까지 됐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최연소 임원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당시 파격 인사실험을 단행한 김중수 전 총재의 발탁과 함께 여성 대통령 시대라는 관운도 따라줬다. 서 부총재보는 그동안 한은 내 핵심 기능인 경제 분석·전망을 맡는 조사국과 국내총생산(GDP) 등 국민계정 통계를 만드는 경제통계국 등을 맡아왔다. 지난 2014년에는 여성가족부의 청년 대표멘토로서 젊은 여성들에게 사회생활 노하우를 알려주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한국은행 임원뿐 아니라 첫 여성 1급, 첫 금융통화위원회 여성 배석자로 화제를 모으는 등 한은에서 서 부총재보가 걸은 길은 모두 ‘최초의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초고속 승진으로 인한 관심으로 그 때마다 서 부총재보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부담을 토로하기도 했다. 임원 승진 당시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은과 함께 성장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알린 그는 15일 한은 본관에서 직원들과 일일이 작별인사를 나눴다. 1988년 입행한 그는 28년만에 한은을 떠나게 됐다. 지난해 한은 입사자 중 여성 비율은 41.4%에 달하지만 1급 여성직원은 서 부총재보 이후로 전무한 상황이다.
서울대 82학번 출신인 서 부총재보의 여성 과동기는 3명으로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도 그 중 한 명이다. 그 외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 등과 함께 대학을 다녔다. 조지워싱턴대 경제학 박사인 서 부총재보는 오는 가을학기부터 고려대에서 강의를 맡을 예정이다.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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