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전하게, 그리고 친환경적으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옛 한전본사 건물 해체 작업을 앞두고 있는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건설현장을 지난 8일 방문했다. GBC 건설은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건립에 이어 정회장 필생의 꿈이 깃든 ‘대역사’다. 본격 공사전에 현장 탐방에 나선 것은 정 회장이 이 사업에 얼마나 정성을 쏟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정 회장은 이날 현장 관계자들에게 “GBC는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100년의 상징이자 초일류 기업 도약의 꿈을 실현하는 중심”이라고 사업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해체는 물론 이후 건설 작업은 철저히 안전하고 친환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형 토목공사가 야기할수 있는 크고작은 안전사고와 민원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GBC 건립은 시내 중심가에서 이뤄지는 재개발 공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최종 마무리에 들어간 제2 롯데월드보다 건물 층수는 조금 낫지만 전체 규모는 더 크다. 제2 롯데월드 공사 과정에선 사망사고, 주변 지반 붕괴, 석촌호수 물빠짐 현상 등이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롯데그룹이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정 회장으로선 ‘안전’과 ‘친환경’이 으레 하는 말이 아니라 사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건물해체를 폭파가 아닌 장비 탑재식 압쇄공법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도 정회장 결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압쇄공법은 굴삭기를 건물상부로 인양해 철거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폭파를 활용한 철거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GBC 부지가 서울 강남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폭파를 활용한 해체는 위험하다고 판단했다”며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무조건 안전하게 간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해체작업 중 발생하는 분진 및 소음 방지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현대차그룹은 철거대상 건물 외부에 시스템비계와 방음판넬을 설치하고, 부지 인근에 흡음판넬을 추가로 가설했다. 근로자 교육과 현장 순찰 및 안전점검도 강화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옛 한전본사 건물 해체가 완료되고 서울시 건축 인허가가 나오는 내년 초 GBC 착공에 본격 나서 2021년말께 완공할 계획이다.
현대차 내부에선 앞으로 완공때까지 정 회장의 ‘불시 현장점검’이 수시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그런 전례가 있다. 정 회장은 현대제철이 일관제철소 건설 첫 삽을 뜬 2006년 10월부터 제3고로가 완공된 2013년 9월까지 7년여간 틈만 나면 건설현장을 방문해 현황을 체크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특히 1고로 완공을 앞두고는 일주일에 헬기를 타고 2~3번씩 현장을 찾아 ‘헬기 경영’이라는 말까지 만들어졌다. 일관제철소 건설은 현대차그룹 성장에 워낙 중요한 프로제트였고 여기에 현장을 중시하는 정 회장의 경영스타일이 접목된 결과였다. GBC건립역시 이에 못지않은 중대 사업이다. 1970년 현대건설에서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한 정 회장은 토목사업에 대한 안목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장의 문제점을 짚어내는 직관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고 말했다.
GBC는 7만9342㎡ 부지에 지상 및 지하를 합쳐 총 연면적 92만8887㎡ 규모로 조성되고, 그룹 통합사옥으로 사용될 105층 타워를 비롯해 시민과 소통을 위한 시설인 공연장, 전시시설, 컨벤션, 호텔/업무시설 등 6개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노원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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