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 결과 ‘춘천-속초 철도건설사업(동서고속화철도사업)’ 타당성이 있어 이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11일 공식 발표했다. 또 정부는 이 사업을 정부 재정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춘천-속초 고속철 사업은 경제성은 부족하지만, 경제성과 정책적·지역균형발전적 분석을 종합평가(AHP)한 결과가 사업추진 기준을 넘었다. 경제성을 나타내는 비용 대비 편익비율(B/C)는 0.79로 기준치 1에 못 미쳤고, AHP는 0.518로 사업추진 결정 기준치인 0.5보다 컸다. B/C가 1보다 작으면 사업에 투입한 비용보다 편익이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복선전철로 하려던 부분을 단선전철로 바꾸면서 예상 사업비가 줄었고,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외 지역균형발전 측면을 많이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면서 “조속한 시행을 위해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 6일 열린 제19차 재정전략협의회에 ‘민자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을 보고할 때 민간자본을 유치한 사업추진을 검토해야 할 대상 중 하나로 춘천-속초 고속철을 꼽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동서고속화철도사업 추진을 기다려온 강원지역에서 “재정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재정사업 추진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국토부는 보도자료 등에는 검토라고 표현했지만, 춘천-속초 고속철 사업 재정사업 추진을 사실상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들어봐도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만큼 높은 수익성이 예상되지 않는다”며 “민자사업으로 하려면 사업자를 선정하고, 그 사업자와 사업조건을 협상하는 등 시간이 걸려 사업을 빠르게 추진한다는 정부 계획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춘천-속초 고속철 사업은 춘천에서 화천·양구·인제를 거쳐 속초까지 93.9㎞에 단선전철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8년간 2조631억원이 투입된다.
춘천-속초 고속철도는 경춘선·인천국제공항철도와 연결될 예정이다. 이 위에 시속 250㎞급 고속열차 운행이 시작되면 동서고속화철도가 완성된다. 동서고속화철도를 타면 서울(용산역)에서 속초까지 1시간 15분, 인천국제공항에서 속초까지 1시간 50분이면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열차운행은 용산에서 속초까지 하루 36회로 계획됐다. 국토부는 이달 춘천-속초 고속철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예산을 확보, 9월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시작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께 기본설계에 착수한다.
동서고속화철도는 1987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놓은 이후 강원도의 ‘29년 숙원사업’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노 전 대통령 이후 대통령들의 단골 대선 공약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달 7일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춘천-속초 고속철 사업처럼 수십 년간 지역주민이 애타게 원하는데도 과거 틀에서 인정받지 못한 사업이 관광·스마트헬스케어산업 등과 시너지를 내도록 하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동서고속화철도사업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역대 대통령들은 공약으로 삼은 동서고속화철도를 2011년 ‘제2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올해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했다.
하지만 반복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결론은 늘 ‘경제성 없음’으로 나왔다. 동서고속화철도사업에 대한 첫 번째 예비타당성 조사가 이뤄진 2001년에는 B/C가 0.49, 그 뒤 2010년에는 0.73, 2012년에는 0.67로 조사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3년부터 1년여간 사업재기획 연구를 실시해 사업비를 줄이고 주말·관광수요, 현실화한 예비타당성 기준 등을 반영, 경제성 향상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춘천-속초 고속철이 강원지역 관광·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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