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10만명 시대가 도래했지만 정부가 단순히 몇명을 유치했는지 숫자만 보고 재정을 지원해 부실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방대학이 주로 응모하는 지방대학특성화사업(CK)의 평가 지표에는 얼마나 많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했는지가 포함돼 있다.
최근 5년 동안 정부가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재정난에 봉착한 지방대들은 정부의 대학재정지원 유치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한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지방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 일수 밖에 없다. 올해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CK사업 예산만 2467억원으로 이는 2014~2018년까지 5년 동안 지원되기 때문에 지방대 입장에서는 ‘젖줄’ 같은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CK사업을 비롯한 대학재정지원 사업의 평가지표는 정량지표가 대부분이어서 양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특히 CK사업은 정량지표 비중이 40%에 달하는데,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사업(ACE) 25%,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CORE) 28~37%,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사업(PRIME) 9.5%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다.
대학재정사업의 주요한 정량평가 지표로는 전임교원확보율, 교육비환원율, 졸업생 취업율 등 교육 여건을 따지는 지표들 외에 학생충원율도 중요한 지표로 활용한다. 결국 대학 입장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에게서 등록금 수입을 얻는 동시에 대학재정지원 사업을 따내는데 유리한 구조이기 때문에 ‘묻지마 유학생 유치’에 나서게 된다. 지방 사립대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줄면서 정원 채우기도 어려운데 등록금도 동결해 지방대 재정 상태는 이미 위험 수위에 달했다”면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정원을 채우는 동시에 정부 재정을 따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발벗고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학들이 장학금 혜택을 미끼로 내걸고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놓은 다음 정작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지방 국립대 관계자는 “개발도상국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들은 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장학금이 없으면 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묻지마 유치로 일단 데려온 다음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한국 생활에 환멸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한국 정부나 대학에서 초청을 받은 유학생은 80~90% 이상이 장학금을 지원 받는다.
하지만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유치한 자비유학생은 장학금 수혜율이 50% 안팎에 그친다. 결국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한국에 입국한 자비유학생들은 저임금 아르바이트로 내몰릴 수밖에 없고 때로는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정부 관계자는 “대학재정지원 사업이 부실 대학들을 연명시키는 도구로 활용된다는 비판이 있어 면밀히 바라보고 있다”면서 “대학구조개혁을 차질없이 이행해 대학들이 외국인 유치전에 내몰리지 않아도 대학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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