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에 이어 롯데에서도 프리미엄 슈퍼마켓에 진출하는 등 최근 유통업계가 고급 식재료 판매로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롯데슈퍼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을 처음 선보였다. 가격에 연연하기 보다는 품질과 가치를 따져 식재료를 사는 소비층을 주타깃으로 삼았다. 한 병에 200만원이 넘는 와인은 물론 한달 이상 건조숙성시킨 드라이에이징 소고기 등 ‘동네 슈퍼’지만 백화점 식품관 수준의 고급스런 상품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롯데슈퍼는 강남 지역 뿐 아니라 향후 성남·일산 등 수도권 위성도시와 광역시 중에서 고소득 주거지를 골라 점포를 적극 늘려가겠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달 29일부터 해외 유명한 프리미엄 식료품을 직수입해 판매하는 글로벌 유기농 식료품 전문매장인 ‘월드 오가닉 존’을 오픈했다.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 목동점, 판교점, 대구점 등 5개 점포에서 볼 수 있는 이 전문관은 해외직구 등을 통해 고급 식재료를 사는 소비자들에게 해외직구보다 더 싸고 빠르게 구입할 수 있음을 어필하고 있다.
신세계는 이미 지난 2003년 도곡동 타워팰리스 지하에 위치한 ‘스타슈퍼’를 비롯해 2012년부터 ‘SSG푸드마켓’을 운영하며 고급 식재료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리뉴얼을 단행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식품관의 명칭을 ‘신세계 푸드마켓’으로 변경, 아예 고급 식재료를 파는 신세계표 푸드마켓으로 브랜딩화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신세계 백화점 본점 또는 강남점이라고 부르듯, 기존 식품관들을 신세계 푸드마켓 본점 혹은 강남점 등으로 따로 부르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백화점 내 식품관으로 머무르기보다는 푸드마켓 자체로 명성과 노하우를 쌓아 브랜드화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프리미엄 슈퍼마켓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우선 백화점 내 식품관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서다.
고급 식품관으로 명성을 쌓은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올 상반기 식품 매출은 전체 매출 비중에서 15%를 기록해 명품(16%) 매출에 육박한다. 명품 매출이 5년전과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는 것과 달리 식품 매출은 같은기간 50%가 껑충 뛰었다.
불황이 지속됨에 따라 의류·아웃도어를 비롯해 명품 판매까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식품, 그 중에서도 고급 식재료 판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것. ‘명품 대신 먹거리’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급 식재료를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것 또한 유통업체들이 프리미엄 슈퍼마켓 진출 혹은 관련 전문관을 만드는 것을 서두르게 한다. 사실 명품 대신 먹거리를 택하는 것은 다름 아닌 소비자들이다. 이들은 경기 불황에 고가의 명품 의류나 가방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고급 식재료를 구매하며 스스로의 만족감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경기 불황 속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잘 팔리는 상품, 즉 스몰 럭셔리(Small Luxury)의 상품 중 유독 먹거리가 많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또 내 가족이 먹는 식재료인만큼 다소 가격대가 높아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찾는 수요나 먹는 방송 이른바 ‘먹방’ 등의 영향으로 요리인구가 증가하는 것 역시 간과하기 어렵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와 상관없이 고급 식재료를 찾던 기존 수요 뿐 아니라, 점점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느는 추세”라며 “또 최근 먹방을 통해 유명인들이 먹는 고급 식재료가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잘 알려지면서 프리미엄 슈퍼마켓 시장성 역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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