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에 사는 장성훈(29·가명)씨는 서울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지 3년째지만 여전히 중등임용고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장씨는 “이 불안한 시대에 가장 안정적이면서 일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 교사라고 생각했다”며 “갈수록 부모님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올해 안에는 임용시험에 꼭 붙을 것”이라고 밝혔다.
취업준비생의 절반 이상은 장씨처럼 7·9급 공무원 시험 및 교원 임용시험 등을 준비하는 ‘공시족’인 것으로 드러났다.
3일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층 취업준비자 현황과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25~29세 취업준비생 중 53.9%가 자격시험을 준비하거나 혹은 준비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진희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정보분석팀장은 “특히 공시족 중 63.7%가 노동시장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좋은 직장을 구하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현실 속에서 부모의 재력을 빌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이들 공시족이 응시하는 시험 가운데 9급 공무원 시험이 45.5%로 가장 많았으며 교원 임용시험(14.8%), 회계사 등 전문자격시험(12.0%), 7급 공무원 시험(11.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로 인해 이들 시험자가 응시 원서를 접수하는 2월이 되면 청년실업률이 치솟는 현상이 최근 2년 새 반복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2월 실업률은 각각 9.1%와 11.9%로 한 달 전에 비해 1.7~3.6%포인트가 올랐다. 그간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았던 공무원 시험 준비자들이 시험에 응시하면서 공식통계에 ‘실업자’로 잡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2010년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던 청년 취업준비자가 지난해 급격하게 증가해 45만명 수준으로 치솟았다”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때랑 엇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공시족 급증은 불안한 고용구조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과 복지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취업준비자 상당수가 공무원 시험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용정보원이 1만 8000명의 대졸자를 대상으로 첫 직장의 진입 및 이탈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4년 전체 대졸자 중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의 첫 직장 퇴사율은 12.3%에 불과했다. 반면 중소기업 정규직의 2년 내 첫 직장 퇴사율은 27.9%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퇴사율은 무려 40.8%에 달했다. 김하영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원은 “대졸 청년층의 비자발적 퇴사는 재취업을 위한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고, 실업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대졸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노동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