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 사는 김모(35)씨는 최근 4살 된 아들과 함께 서울 근교에 있는 A수영장에 다녀왔다. 수영장을 찾기엔 이르지만 최근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무더위로 평소보다 빨리 물놀이를 하게 된 것이다. 수영장을 찾은 날 한낮 기온이 33도까지 치솟아 수영장은 아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김씨의 아들은 수영장에 다녀온 날 밤부터 고열 증세에 시달렸다. 단순 감기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김씨는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이고 그 다음날 어린이집에 등원시켰다. 하지만 그 이튿날 아이는 혓바늘이 심하게 돋았으며, 손발에는 울긋불긋한 발진과 물집까지 생겼다. 김씨는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고, ‘수족구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수족구병은 주로 침이나 가래 등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A수영장에서 감염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족구병은 5월~8월에 가장 유행하며, 면역력이 약한 6살 이하 소아에게 쉽게 발병하는 전염병이다.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가 손과 발, 입 등에 발진과 함께 물집이 나타나며, 발열과 기침, 두통과 식욕감소, 설사나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수족구병은 주로 감염자의 침이나 가래, 콧물, 분변과 수건이나 장난감 등 오염된 물건을 통해 전파되기도 하므로 위생관리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대부분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되지만 뇌수막염이나 폐출혈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 또한 아직까지 수족구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나 예방백신이 없기 때문에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6년도 수족구병 관리지침’에 따르면 표본감시를 도입한 2009년 이후 수족구병이 최고 수준으로 유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 6년 간 수족구병 환자 중 합병증으로 발전한 사례가 138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합병증 중에서는 무균성뇌수막염이 65.2%(90건)로 가장 많았다. 뇌염(19.6%·27건), 소아마비양증후군(10.1%·14건), 심폐부전(5.1%·7건) 등이 뒤를 이었다. 심폐부전 중 4건은 사망에 이르렀다.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영 교수는 “기온이 1℃ 상승하면 수족구병 발병률이 11% 증가하는 등 여름철에는 수족구병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다”며, “영유아를 둔 부모나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며, 수족구병 의심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바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