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담도질환 치료도 이젠 로봇 수술시대가 열렸다. 이는 췌장과 담도 수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췌장 절제후 소장과의 연결에 획기적으로 정교한 접합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장진영 교수팀은 국내 최초로 복강경 및 로봇 수술의 장점을 선택한 하이브리드 수술방법으로 췌·십이지장절제술을 시행하고 있음을 2016년 내시경복강경학회 초청 강의를 통해 알렸다고 10일 밝혔다.
복부 질환은 복강경 수술이 미용 뿐만 아니라 회복이 빨라 개복수술을 상당히 대체했지만, 췌장 및 담도에 발생하는 종양의 경우 해부학적으로 수술이 매우 복잡하고 어려워 복강경 수술이 극히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췌장의 꼬리 쪽에 병변이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췌장 머리 부분의 병변이 있을 때 시행하는 췌·십이지장절제술은 절제하고 남은 췌장관, 담도, 소장 등을 모두 연결해야 하는 고난도 수술로, 합병증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아 일반적인 개복 수술에서도 일부 전문의만 시행할 수 있다.
기존의 복강경 수술방법으로 1~2mm밖에 되지 않는 췌장관을 소장과 완벽하게 연결하기가 매우 어려워 대부분 췌장을 통째로 소장에 집어넣는 변형된 수술을 시행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술법은 장기적으로는 췌관이 좁아져서 췌장이 점점 가능을 상실하는 단점이 있다. 미국 등 췌장수술이 활발히 시행되는 곳에서 이러한 복강경 수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정교한 봉합수술이 가능한 로봇 수술이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장진영 교수팀은 복강경 및 로봇 수술의 오랜 경험을 통해 두 수술의 장점을 취한 하이브리드 수술방법을 도입했다. 즉 절제시에는 복잡한 해부학적 위치를 고려해 다각도에서 접근이 용이하고 여러 기구의 사용이 편리한 복강경으로 빠르게 절제한 후 매우 가는 췌장관 또는 담도를 소장에 연결할 때에는 로봇을 이용한다. 로봇수술은 3차원 영상의 고해상도를 기반으로 10배 이상 확대영상을 제공해 정교한 문합이 가능하다.
장진영 교수는 “로봇을 이용하면 개복 수술과 같은 정도의 근치적 절제를 시행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복강경 수술에 비해 훨씬 정확하고 안전하게 장기를 연결해 삶의 질 유지에 가장 중요한 췌장의 기능을 보존할 수 있다. 이는 환자의 빠른 회복과 미용적 효과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로봇수술이 기존 수술에 비해 경제적인 부담이라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 기존의 복강경 수술법에 비해 췌장 수술과 같이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에서는 앞으로 그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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