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과 환율 이슈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최근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 대사가 노골적인 통상 압박을 한 데이어 지난 2일 방한한 제리콥 루 미국 재무장관이 3일 오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비공식 면담하고 이어 한미 재무장관회담을 개최하면서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까닭은 미국내 높아지는 ‘무역 불균형’에 대한 불만 목소리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한국과 중국등을 무역 보복을 할 수 있는 환율조작국의 직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미국 정부는 또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앞서 1일 리퍼트 대사가 세계경제연구원 주최 조찬 강연에서 한국에 대해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다. 규제 담당자가 바뀌면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언급하며 법률시장 개방을 요구한 것은 미국 산업계와 의회내 입장을 전달한 것 아니냐는 평이 우세하다. 특히 미국 대선을 5개월 정도 앞두고 무역 불균형 불만이 고조되자 미국 정부가 자국내 목소리를 잠재우고자 움직이고 있는것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최근 공화당과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대미 무역 흑자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터뜨린 바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모두 미국이 대규모 적자에 빠진 이유가 특정국의 인위적인 환율 조작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누가 당선이 되든 대미무역 흑자국에 대한 환율정책을 주시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미국 재무부는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국 등 5개국을 관찰 대상국 (Monitoring List) 명단을 낸 바 있다. 1년 동안 관찰한 뒤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이다. 한국이 곧바로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통화 절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미국은 미국 무역촉진진흥법(BHC수정안)에 따라 5개국을 꼽았는데, 세 가지 분석 잣대를 들이댔다. 먼저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달러 이상인지, 해당국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는지, 해당국 통화가치의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일방향의 반복적인 개입을 했는지 등이었다.
시장개입은 그 순매수 규모가 GDP 대비 2%를 넘는지와 12개월 가운데 8개월 이상 순매수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미국 재무부는 세 가지 조건에 모두 걸린 곳은 없고 두 개에 해당한 5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등 4개국은 무역흑자와 경상흑자 기준에 걸린 반면 대만 혼자 경상흑자와 시장개입 기준에 해당했다. 국가별 분석내용을 보면 한국은 작년 대미 무역흑자가 283억 달러에 달해 상당한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고, 작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가 7.7%로 최근 3년간 3.5%포인트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는 “과거 몇 년간의 (원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한 비대칭적인 개입에서 벗어난 현상”이라고 분석하며 환율조작이 없었다는 취지로 밝혔다. 다만 만약 원화가치가 급등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지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외환당국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상덕 기자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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