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케이블TV 업계 3위 업체 딜라이브(옛 씨앤앰) 인수금융이 부도 위기를 넘겼다. 딜라이브 대주주 국민유선방송투자(KCI)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며 끌어 쓴 대출(인수금융)에 대해 채권단이 차환해주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기 때문이다. KCI는 지난해 딜라이브 매각이 실패로 돌아가며 한때 인수금융 디폴트 위기에 바 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I 인수금융 채권단인 신한은행, 국민연금 등을 비롯한 국내 21곳 기관투자가들은 KCI에 대한 인수금융 차환을 이날 승인했다. 신규 대출 만기는 3년이다. KCI 채권단은 신한은행, KEB하나은행을 비롯한 은행과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을 비롯한 연기금 공제회, 한화생명 등 생명보험사 등으로 구성됐다.
KCI는 딜라이브 인수를 위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맥쿼리, 미래에셋자산운용 등과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 대한전선 등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KCI는 지난해말 현재 딜라이브 지분 93.8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채권단은 KCI에 인수금융 1조5670억원을 대출해주는 한편 딜라이브에도 직접 6330억원을 대출해준 상태다. KCI는 지난해초부터 딜라이브 매각을 줄곧 추진해왔지만 유력 인수후보였던 SK텔레콤이 동종업계 1위 CJ헬로비전 인수로 방향을 틀며 매각이 무산됐다. 오는 7월 인수금융 만기를 앞두고 있어 시장에서는 인수금융 디폴트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인수금융 디폴트가 현실화될 경우앞서 LG실트론(투자자 보고펀드), 두산인프라코어중국법인(미래에셋 IMM 하나금융투자 PE 컨소시엄) 등에 이은 세번째 사례다. 디폴트 금액이 1조6000억원에 달한는 거액이라는 점에서 시장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돼 왔다.
채권단 관계자는 “실트론, 두산인프라중국법인과 달리 딜라이브 인수금융 담보 지분이 경영권 지분이라는 점에서 향후 대출 회수액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때문”이라며 “향후 재매각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차환 배경을 설명했다.
채권단은 KCI 인수금융 중 절반인 8000억원 가량을 전환상환우선주(RCPS)로 일부 출자전환할 방침이다. 아울러 딜라이브 대출금 중 2000억원을 KCI에 대한 대출로 돌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KCI 인수금융 규모는 기존 1조6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딜라이브 대출은 4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낮아지며 대출 이자 부담을 덜게 된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채권단은 KCI 출자전환 지분을 통해 딜라이브로부터 배당을 받아 대출원금을 조금씩 회수하는 구조다.
KCI 인수금융 차환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관건은 결국 딜라이브 매각 성사 여부다. 최근 SK텔레콤에 매각된 CJ헬로비전 매각가는 지분 100% 환산 기준 1조8500억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산정한 딜라이브 시장가는 1조3000억원 안팎이다. 채권단의 인수금융 원금 1조6000억원 대비 3000억원이 모자란 금액이다.
딜라이브 매각 관전 포인트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승인해줄 지 여부다. 해당 거래를 공정위가 승인해줄 경우 케이블TV등 유료방송 시장은 SK와 KT ‘공룡’ 양강 체제로 개편된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LG유플러스, 티브로드 등 다른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생존을 위해 딜라이브 인수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채권단은 딜라이브 인수금융 큰 틀에 대해 합의는 해둔 상태지만 세부사항을 두고 이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채권단은 MBK, 맥쿼리 등 KCI 주축 PEF 운용사가 딜라이브 경영 실패로 인해 채권단에 리스크를 짊어지게 한 만큼 이에 상응해 PEF운용보수 등 수수료를 반납하는 등의 부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딜라이브 인수금융 차환은 이러한 세부 견해 등을 조율한 뒤 5월초에 최종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채권단간 인수금융 차환 최종합의가 불발될 경우 KCI는 워크아웃행이 유력시된다. 이 경우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딜라이브 대주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강두순 기자 / 한우람 기자 /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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