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퍼듀대,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공동연구팀이 지카바이러스가 사람의 세포에 침투할때 사용하는 표면 단백질 구조를 처음으로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카바이러스는 뎅기열바이러스, 웨스트나일바이러스 등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플라비바이러스’ 속 다른 바이러스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세포 침투에 관여하는 단백질 구조에서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이번 발견은 4월 1일자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2013~2014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군도에서 지카바이러스가 유행했을 당시 감염됐던 환자에게서 바이러스 검체를 확보한 후 극저온 전자현미경분석을 통해 입자의 3차원(3D) 이미지를 얻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러스감염제어연구센터 정대균 책임연구원은 “극저온 전자현미경분석법은 액화질소로 검체를 얼린 뒤 분석하는 방법”이라며 “분자들이 움직일 수 있기에 우선 극저온으로 얼려 고정한 뒤 촬영하는 방식으로 단백질 결정구조 연구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폴리네시아에서 유행한 지카바이러스를 분석했지만 현재 브라질에서 유행하는 지카바이러스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둘 사이에 유전적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지카바이러스는 뎅기열바이러스, 웨스트나일바이러스 등 플라비바이러스 속과 유사한 특징을 보였다. 다만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기 위한 표면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어떤 종이냐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표면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 사슬의 154번째 아미노산(아스파라긴) 근처에 ‘당’이 달라붙는데 이 아미노산 전후로 있는 아미노산 10개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정 책임연구원은 “바이러스들의 구조적 차이로 인해 뎅기바이러스, 지카바이러스 등 간에 임상적 증상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소두증의 경우 플라비바이러스 속 중 지카바이러스만의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일원인 퍼듀대 마이클 로스만 교수는 “지카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을 막을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면 지카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침투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표면 단백질이 항바이러스제의 좋은 타깃”이라고 말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성과를 통해 지카바이러스의 백신, 치료제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표면 단백질의 어떤 부위에 항체가 결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해 백신 등의 효능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이언스 논문에 앞서 공개된 ‘셀 스템셀’에는 지난달 30일 지카바이러스가 들어가는 ‘문’의 정체를 밝힌 미국 UC샌프란시스코 연구팀의 연구결과가 게재됐다. UC샌프란시스코 연구팀이 태아의 뇌가 발달하는 동안 나오는 여러 종류 세포를 분석한 결과 이들 세포가 표면에 내는 ‘AXL’ 단백질이 지카바이러스를 포함한 플라비바이러스 속의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수용체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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