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면세점 제도 개선안을 둘러싸고 신세계와 두산 등 신규 사업자들이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명품 유치와 인력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신규 면세 사업자가 또 나올 경우 수천억원대의 투자 사업이 자칫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정부가 공개한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면세점 제도개선방안’에 관한 보고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를 추가로 발급하는 것과 특허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갱신도 허용하자는 것이 골자다.
신세계와 두산, HDC신라 등 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업체들은 이같은 정부 개선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 면세점 시장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개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신규 면세점 한 관계자는 “졸속입법으로 인한 후유증을 고스란히 업계가 떠 안게 생겼다”며 “신규 사업자들이 자생력을 갖추기 전에 또 다른 면세 사업자가 나오면 제 살 깎아먹기식 영업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게 뻔하다”고 걱정했다.
정부의 면세점 제도 개선 움직임은 이미 신규 업체들에 악재가 되고 있다.
일례로 면세점 매출과 직결된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와 같은 명품 입점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명품 업체들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자며 신규 면세점 입점에 관한 협상을 사실상 유보한 상황이다. 오는 5월 오픈을 앞두고 명품 영업 전략을 펼치려던 신세계와 두산으로서는 안절부절못하게 됐다.
구인난 역시 크다. 면세점 신규 특허 추가 발급 가능성에 경력자 수급이 어려워서다. 외국어 실력은 물론 상당한 영업력이 요구되는 면세 인력은 단기간에 육성하기 힘든 고급 인력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두산 면세점은 오는 6월 문 닫을 SK네트웍스 워커힐 면세점과 자체 인력 인수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면제점 제도 변화 움직임에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 보고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의 수가 전년보다 88만명이 증가했음을 근거로 면세점 특허를 추가로 내 줄 수 있다는 보고서 수치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관세청 고시상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외국인 관광객의 수가 증가한 지역에는 면세점을 추가로 허용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요건을 충족한 서울에 면세점 2~3곳을 추가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면세점 관계자는 “지난해야말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해 관광객이 크게 줄며 매출 역시 감소한 해”라며 “업계 현실과 동떨어진 연구원 추론을 근거로 면세업계 전체를 흔든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신규 면세점 관계자는 “정부 개선안대로 신규 사업자를 내고 사업권 갱신이 허용되면 결국 지난해 (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탈락한 롯데·SK 등을 되살리겠다는 뜻 아니냐”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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