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설사로 고생해오던 직장인 차동룡(남·39)씨는 지난해 겨울부터 혈변과 복통 증상까지 더해져 힘들었지만, 자신의 증상을 단순 치질이라고 속단하고 치료를 계속 미뤄왔다. 차씨는 항문에 통증이 더욱 심해져 치질 수술을 받아야 되겠다는 생각에 한참 뒤에 병원을 찾았는데 예상외로 근본 원인이 ‘크론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설사와 복통을 동반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인 크론병은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크론병은 서구에 많은 질병으로 우리나라도 생활습관 및 음식문화가 서구화되면서 발생률이 급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크론병의 발병 원인이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인 요인, 식이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장내세균의 불균형으로 인한 인체의 과도한 면역반응이 중요한 발병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크론병은 설사나 때로는 피가 섞인 혈변, 심한 복통, 메스꺼움, 발열, 식욕부진, 체중감소, 피로감 등의 증상을 수반하는데,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나 발병할 수 있지만 주로 대장과 소장에서 많이 발병한다.
크론병 환자는 치루, 항문주위 농양 등과 같은 항문질환이 흔히 동반된다. 치루는 항문 밖으로 고름 등 분비물이 나오는 질환으로 우리나라 크론병 환자 약 30~50%에서 이러한 항문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창환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으로 인한 치루는 단순히 치루 제거수술을 통해 치료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치루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치료방법을 시행해야 하며,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꾸준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며 “치루를 유발한 근본 원인인 크론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해야 치루 재발과 다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창환 교수는 이어 “크론병은 장관 협착, 누공, 천공 등의 합병증을 유발해 장 절제 수술을 받을 수 있으며, 반복적인 장 절제 수술로 인해 단장증후군과 같은 신체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며 “환자의 20~30%가 눈과 입(구내염), 관절, 피부 등에 염증 및 통증과 골다공증, 신장결석 등과 같은 다양한 합병증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함께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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