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전업체 ‘하이얼’이 중국 내수용 중저가 브랜드 ‘무카(MOOKA) TV’를 국내 시장에 정식 출시한다고 18일 밝혔다. 국내 중저가 TV 시장을 두고 한국과 중국 업체 간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하이얼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 부문을 최근 인수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이얼의 국내법인인 하이얼코리아는 32인치 HD화질의 LCD TV(모델명 MLS8O32B)를 29만9000원에 이날 출시했다고 밝혔다. 출시 기념으로 500대 한정으로 19만9000원에 판매한다. 비슷한 스펙의 삼성전자·LG전자 제품이 40~50만원임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이다. 성능과 사후지원에도 신경을 썼다. 1366×768 해상도로 지상파 DTV 수신, HDMI, MHL 등 TV 기본 기능을 모두 지원하는 동시에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획득했다. AS는 국내 TG서비스센터 지역망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
이번 신제품은 옥션 등 오픈마켓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다. 이미 하이얼은 하이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통해 22~65인치짜리 중저가 TV를 판매하고 있지만, 이번 무카TV 출시로 온라인 판매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대비 마진을 덜 남겨도 되는 온라인을 통해 국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실제 하이얼코리아는 무카TV의 컨셉과 관련해 ‘거품없는 기능과 가격’, ‘책임지는 품질과 서비스’ ‘젊은 소비자들에게 만족을 주는 브랜드’ 등을 꼽았다. 하이얼코리아 관계자는 “출시 기념 할인행사가 종료되더라도 상시 이벤트를 진행해 20만원 초중반대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하이얼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국내 TV 판매량은 연간 230~250만대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90% 가량을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중저가·소형인 하이얼 제품과 달리 프리미엄·대형 TV가 중심이다. 하이얼이 타겟으로 삼은 1인용 가구·세컨드TV의 경우 국내 여러 브랜드는 물론 모니터 같은 유사 제품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화질·성능 등에서 눈높이가 세계적으로도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며 “TV는 한번 구입하면 10년 이상을 사용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가격뿐 아니라 품질·사후관리·브랜드파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하이얼 TV의 품질이 아직까지는 국내 기업 제품 대비 조악한 수준”이라며 “하이얼은 2004년 한국법인을 설립해 정식 진출한 이후 지금까지 국내에서 눈에 띄는 소비자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중국 업체들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낙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샤오미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60인치 초고화질(HD) TV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중국 내수용임에도 동급 한국산 모델 대비 반값인 4999위안(약 89만원)에 출시되자 국내 ‘직구족’들 사이에서 구매 열풍이 불었던 것이다.
중국업체들은 최근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 가전업체의 생산기지나 브랜드를 인수해 점유율과 기술력을 높여가고 있다. 하이센스와 TCL은 각각 일본 샤프와 산요의 멕시코 공장을, 스카이워스는 독일 메츠 브랜드를 인수했다. GE를 삼킨 하이얼이 무카TV를 지렛대 삼아 대형·프리미엄 제품을 잇달아 출시한다면 중장기적으론 삼성·LG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이얼코리아 관계자는 “검증되지 않은 저가제품들이 난립해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안정적인 품질과 사후관리로 한국 TV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이얼코리아은 향후 다양한 TV 제품을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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