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가운데 근무 시간이 가장 긴 ‘워커홀릭’ 한국 노동자들의 휴가 문화가 점점 바뀌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서울발 기사에서 가장 많이 일하고, 덜 쉬기로 유명한 한국 직장인들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과거보다 휴가를 더 길게 쓰려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여행사 익스피디아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한 해 평균 휴가일수는 8.6일로, 조사 대상 24개국 가운데 가장 짧았다. 휴가일수가 가장 긴 프랑스의 30.7일, 24개국 평균 20.5일에 비하면 한참 적은 것이다.
FT는 한국에서 과중한 업무 부담과 상사의 압력으로 사람들이 휴가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원들에게 긴 휴가를 장려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직원들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향상시키고, 관광산업을 부흥시켜 내수진작을 꾀하는 정부의 움직임에도 부응하려 한다는 것이다.
FT는 최근 육아휴직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1년의 자기계발 휴직제를 신설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두산, SK에너지, 에쓰오일, 신한은행 등의 비슷한 움직임을 소개했다.
김판중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은 FT에 “지식기반경제에서는 오랜 노동시간이 반드시 높은 효율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점점 더 많은 회사들이 장기 휴가를 통해 직원들이 재충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3년 기준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16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길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의 66% 수준에 불과하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FT는 그러나 장기 휴가를 장려하는 대기업들의 움직임에도 중소기업 이하 사업장에서는 인력 부족과 상사 눈치 등으로 법에 보장된 휴가를 찾아쓰기 어려운 탓에 국가적인 ‘휴가 부족’을 해소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문은 “한국 ‘최고 상사’로부터의 조짐도 좋지 않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여름 휴가철이 내수 소비을 늘리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지난해와 올해 모두 5일 간의 휴가를 청와대 관저에서 보냈다”고 지적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