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에 이어 12개의 L투자회사까지 장악한데는 모친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 (88)가 중대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모친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는 롯데그룹 최상위 지배기업인 일본 광윤사(光潤社) 지분 20% 가까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쓰코 여사는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신 회장이 단시일 내에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또다른 축인 L투자회사도 장악한 것은 하쓰코 여사의 지원없이는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L투자회사의 주요 주주 가운데 신동빈 회장의 외가쪽 어른들이 적지 않게 있는 것 같다”며 “하쓰코 여사의 친인척들이 신동빈 회장이 L투자회사마저 장악할 수 있게 한 기반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부터 계속된 하쓰코 여사가 일본 외상을 지낸 시게미쓰 마모루의 친인척이라는 설에 대해 롯데측은 최근 하쓰코 여사의 결혼 전 성(姓)은 ‘다케모리’라며 부인한 상태다. 그러나 하쓰코 여사가 일본 유력가문 출신이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일본에서 사업을 일구는데 상당한 조력을 해왔다는 추측은 여전하다. 오랜 기간 사업파트너로 있으면서 하쓰코 여사 가문이 소유한 일본 롯데의 지분이 상당하다는 게 안팎의 관측이다. 하쓰코 여사가 지난 달 30일 입국했을 당시에도 재계에선 모친자격보다는 가문의 대표격으로 상황 정리를 위해 나섰다는 시각이 많았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L투자회사의 지분 문제로 번지면 형제간의 대결이 아니라 신격호 총괄회장과 하쓰코 여사의 대결 구도로 번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남기현 기자 /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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