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더해 갈수록 근육양이 줄어드는 ‘근감소증’이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만이나 인슐린 저항성이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발 원인임은 기존 연구에서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인자가 없어도 근감소증이 있을 경우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율이 증가함을 확인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차봉수·이용호 교수팀은 2008~2011년에 시행된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 참여자들의 지방간 유무와 근감소증 발생 여부를 살펴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연구팀은 비만이나 대사증후군 유무와 상관없이 근감소증을 보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비율이 1.55배에서 4배까지 높아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지방성 간염으로 발전해 만성 간염 또는 간경변으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연구팀은 1만 5132명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 예측 모형을 적용시켜 지방간 유무를 평가했다. 또한 에너지 방사선 흡수 계측장비(DEXA)를 이용해 양측 팔다리 근육양을 구하고 근감소증 여부도 확인했다. 그 결과, 근감소증으로 인해 근육양이 줄어들수록 지방간이 발생할 수 있는 예측 모형 위험도가 증가했다.
근감소증을 겪는 그룹은 비만 상태의 유무와 무관하게 근감소증을 겪지 않는 그룹보다 1.55~3.02 배 정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진행 될 확률을 갖고 있었다. 근감소증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에 영향은 준다고 알려진 대사증후군 보유 여부와도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었다. 근감소증을 겪는 그룹은 대사증후군 보유 여부과 관계없이 1.63~4.00 배 가량 높은 발생비율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일으키는 여러 요인들을 보정한 다중로지스틱 분석을 통해 근감소증을 겪을 경우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대한 대응위험도(Odds ratio)가 1.2배 증가하며, 이는 유의하게 증가(P<0.001)라는 값임을 최종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밖에도 비알코올성 지방간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근감소증을 겪게 되면, 간섬유화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1.69~1.83배 (P<0.001) 상승해 지방간의 중증도가 높아짐도 밝혀냈다. 말랑해야 할 간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기능을 회복되지 못하는 간섬유화는 발전해 간경화를 불러온다.
차봉수 교수는 “기존에 시행된 여러 연구를 통해 비만이나 인슐린 저항성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원인이 됨은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비만하지도 않고 인슐린 저항성을 갖지 않는 사람이라도 근감소증을 겪게 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나 간섬유화 증세를 보일 수 있음을 밝힌 최초의 자료다”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이어 “팔다리근육의 근력을 측정하거나 영상분석 장비로 체중 또는 체질량지수와 대비한 팔다리 근육량 비율을 계산하고 20~30대 성인 수치와 비교해 여부를 정확히 판단한다”며 “평소 걸음걸이 속도로 근감소증을 예측해보는 방법도 있고, 4m거리를 걷는데 5초 이상이 소요된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유럽간학회지(Journal of Hepat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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