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계절이 부쩍 앞당겨졌다. 때이른 더위가 한반도에 불어닥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오비·하이트·롯데 등 국내 맥주 3사는 각각 신제품을 내놓거나 제품 리뉴얼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애썼다. 올해는 소비자를 잡기 위한 맥주 회사들의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세월호 여파로 불가능했던 이벤트나 프로모션이 올 여름 일찍 찾아온 더위에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오비맥주는 최근 매출 성장세가 조금 주춤하긴 해도 여전히 국내 맥주업체 가운데 최강자로 손꼽힌다. 국내 맥주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라거(효모 하면발효) 맥주 분야에서 오비맥주의 대표 브랜드인 ‘카스’와 ‘더 프리미어 오비’ 두 제품이 맛이나 패키지 등 모든 면에서 쇄신을 거듭하고 있다.
카스는 국내를 대표하는 라거 맥주로 상쾌하고 부드러움 목넘김이 특징이다. 국내 단일 브랜드 판매 1위, 국내 선호도 1위 등 선호도와 점유율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명실공히 젊음의 대표 맥주로 자리 잡으며 국내 라거 맥주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오비 브랜드의 11번째 신제품으로 새롭게 탄생한 ‘더 프리미어 오비’는 ‘오비골든라거’를 잇는 올몰트(보리맥아 100%) 맥주다. 독일 전통의 장기 숙성 방식으로 빚어낸 프리미엄 필스너 라거 맥주다.
다른 올몰트 맥주에 비해 맛의 깊이나 숙성 방식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며 출시 두 달여 만에 3000만병(330㎖) 판매를 훌쩍 넘겼다. 출시 후 월평균 4%의 초고속 성장을 지속하며 진한 맥주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올해도 주요 브랜드인 카스와 더 프리미어 오비를 주축으로 국내 라거 맥주시장을 선점해 나갈 계획이다.
오비맥주는 우수한 맛과 품질을 갖춘 다양한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최근 크게 성장하고 있는 프리미엄 맥주시장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오비맥주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출시한 토종 프리미엄 브랜드 ‘카프리’와 지난해 4월 오비맥주가 첫선을 보인 에일 맥주 ‘에일스톤’이 우선 눈에 띈다. 이를 포함해 국내 프리미엄 맥주 시장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버드와이저’와 ‘호가든’ 등 총 12종의 다양한 브랜드로 국내 프리미엄 맥주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하이트진로의 ‘뉴하이트’도 올해 출시 1주년을 맞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트의 판매실적은 올 들어 두 자릿수로 급등하면서 그동안 바닥을 다졌던 맥주사업 턴어라운드에 청신호가 켜졌다. 올해 1분기 하이트의 판매량은 990만상자(1상자=500㎖×20병 기준)로 전년 동기 대비 24.7% 크게 증가했다. 월별로도 1월 20.5%, 2월 38.4%, 3월 17.8%로 매월 두 자릿수 이상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월 대표 맥주 브랜드 ‘하이트’를 이름만 빼고 상표 디자인부터 제조공정까지 전 부문에 걸쳐 신제품 수준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부드러운 목넘김을 강화하고 정통성을 강조한 패키지로 차별화된 뉴하이트는 소비자 인기에 힘입어 맥주시장에 변화를 불러왔다.
판매실적은 출시 직후인 지난해 4월과 5월 판매량이 전월 대비 각각 20%, 15% 증가하면서 변화의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해 4분기에는 1081만상자가 판매돼 전년 동기(1030만상자) 대비 4.9%의 성장률로 반등의 조짐을 보였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5월 국내 최초 올몰트 맥주인 ‘맥스’의 리뉴얼 제품도 내놨다. 업소에서만 맛볼 수 있던 크림 생맥주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게끔 ‘크림生 올몰트’를 개발·출시한 것이다. 새로운 효모를 사용하고 저온 슬로우 발효공법을 적용해 맥스만의 특징인 크림거품 품질력을 향상시킨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부드러운 크림 거품과 살균과정에서 열을 가하지 않는 ‘비열처리공법’이 만난 맥스는 생맥주뿐만 아니라 병맥주와 캔맥주에서도 맥주 본연의 살아있는 맛을 구현해 냈다는 평가다.
맥주시장 막내이지만 돌풍세가 가장 거센 상품은 롯데주류 ‘클라우드’다. 지난해 4월 출시 후 100일 만에 2700만병(330㎖ 기준), 6개월 만에 6000만병이 판매되는 등 지난해에만 총 9000만병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올해 3월까지 누적판매량은 1억4000만병. 이는 20~69세까지 국내 성인 인구를 3000만명 정도로 추산했을 때 1인당 4병씩 마신 셈이다. 또 1억4000만병(235㎜)을 일렬로 눕혀 놓으면 3만3000㎞로 서울~뉴욕(1만1000㎞)도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대형마트에서도 평균 10%대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에 안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롯데주류가 작년 한 해 생산 가능했던 클라우드 양이 전체 맥주시장의 3% 수준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클라우드의 차별화된 공법이 이슈가 되면서 클라우드를 생산하는 롯데주류 충주공장 견학 방문객 수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4월 280명이던 견학 방문객이 6개월 만에 17배 증가한 월 4800명으로 늘어났고 올해 2월까지 총 2만4000여 명이 충주공장을 다녀갔다.
롯데주류는 올해에도 ‘물을 타지 않은 맥주’ 콘셉트를 강조하면서 클라우드 견학관 활성화, 클라우드 판매점 확대 등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들이 클라우드를 경험할 수 있는 마케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수도권에 집중했던 판매망도 점차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대형마트 등 가정시장뿐 아니라 주류 판매업소에서도 더 많은 소비자들이 클라우드를 맛볼 수 있도록 유흥시장 비중을 늘려 나갈 예정이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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