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 초기 치료 후 재발을 막기 위해 관행처럼 주로 먹는 약이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이다.
하지만 ACEi는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로 마른 기침이 게속돼 일상생활을 거의 할 수없다. 이 때문에 ARB 약물이 투여됐지만 그 효과를 두고 논란이 되어왔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한주용·양정훈 교수팀이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게 투여하는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가 사망률을 낮추고 심근경색 재발에 효과적임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특히 심기능이 보존되어 있는 환자(심박출량 ≥40%)를 대상으로 ARB 약물이 표준치료제인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와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함에 따라 대체약물로서 ARB계열 약물의 과학적 근거를 처음으로 마련하게 됐다.
이번 연구는 영국의학협회지(British Medical Journal·IF 16.3) 최신호에 게재됐다.
그 동안 급성 심근경색 환자가 발생하면 환자의 막힌 심장혈관을 뚫어준 뒤 ACEi계열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 표준적 치료였다. 심근경색의 재발을 막고 심장 기능의 보존 및 회복을 통해 궁극적으로 심혈관계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인 환자에게 ACEi계열 약물을 투여했을 때 10명 중 5명은 마른기침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들 중 마른기침이 심한 경우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일상생활 중 말을 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호소를 환자도 많다. 이 때문에 대안으로 ARB계열 약물을 환자들에게 투여해 왔으나 학계에서 심근경색 환자에서 효과가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하지만 한주용·양정훈 교수팀이 심기능이 보존되어 있는 환자의 경우 ARB계열 약물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과학적으로 밝혀냄에 따라 앞으로 이러한 논란은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한주용·양정훈 교수팀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우리나라 53개 기관에서 등록된 ST분절 상승 급성 심근경색 환자로, 응급치료를 받고 심기능이 보존된(심박출량 40% 이상) 환자 6698명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한 교수팀에 따르면, ARB계열 약물을 쓴 환자 1185명 중 심혈관계 사망 또는 심근경색이 재발한 경우는 1.8%(21명)로, ACEi계열 약물을 쓴 환자군의 비율 1.7%(4564명 중 77명)와 비슷했다.
반면 이들 약제를 사용하지 않은 환자들의 경우 3.5%(949명 중 3.5%)가 심혈관계 사망 또는 심근경색이 재발한 것으로 나타나 ARB 또는 ACEi 계열 약물을 복용한 그룹에 비해 2배 가량 높았다.
한주용 교수는 "우리나라와 같이 ACEi계열 약물 사용 후 기침 등의 부작용이 많은 경우 ARB계열이 많이 사용되어 왔는데 이에 대한 근거를 명확히 마련함에 따라 보다 많은 심근경색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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