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기업 실적의 양극화도 심화되면서 '기업 체력'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충격이 발생했을 때를 가정한 민감도 테스트에서 기업들의 위험성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보다도 더 확대됐다.
30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기업이 올린 영업이익 가운데 상위 30대 기업의 점유 비중은 지난해 51.7%로 지난 2009년에 비해 11.1%포인트가 상승했다.
한은이 가계소득 불평등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지니계수를 1만5914개 기업을 대상으로 적용한 결과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 지니계수는 지난 2009년 0.935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에는 0.953까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기업 양극화의 심화는 고용과 임금, 설비투자에 악영향을 미쳐 성장잠재력을 깎아내리고 경제부문간 불균형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실적 상위 기업들은 대부분 전기전자.운송장비 등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고용계수가 낮아 영업실적이 늘어도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실적이 좋은 기업들은 해외직접투자를 활용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실적이 중간 정도인 기업들은 영업이익 대비 설비투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범호 한은 차장은 "실적 상위 기업의 자금수요는 감소하는 가운데 실적 하위 기업의 신용리스크가 커지면서 금융기관들의 자금공급 역시 편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금융기관의 자금중개 기능도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영업환경에 충격이 발생했을 때 기업들의 재무건전성 악화 정도도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이 기업수익성 30% 하락.금리 2% 상승을 가정해 실시한 민감도 테스트에서 위험기업 비중은 지난 2009년 24.3%였지만 지난해에는 30.2%까지 상승했다.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위험성이 더 커진 것이다.
이 차장은 "기업 실적의 편중도가 높으면 대내외 충격 발생 이후 실적이 악화되는 기업 수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기업 재무건전성도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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