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질서가 미국, 중국이라는 신흥 강국(G2)을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는 양국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는 지역이다. 미국의 외교정책 변화와 함께 중국의 부상이 동북아, 특히 한국과 일본에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G2의 격돌이 어떻게 전개될지, 동북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중·일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지식포럼 '거인들의 대결: 미.중 격돌의 시대' 세션에는 크리스토퍼 힐 덴버대 조세프코벨국제대학 학장, 마이클 브라운 조지워싱턴대 엘리엇 국제관계대학 학장, 션 딩리 중국 푸단대 교수, 아키오 타카하라 도쿄대 교수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한국의 전략적 선택에 대해 토론했다. 좌장은 류용욱 호주국립대 교수가 맡았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패널들 간에도 나타났다. 브라운 학장은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균형을 원하지만 그러려면 중국이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에서 공격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중국이 헤게모니를 가져가려 한다면 이 지역에서 반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힐 학장은 "중국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필리핀 연설과 미얀마와의 협력 강화 등을 보고 미국이 우리를 더 심하게 견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중국이 최근 활발한 외교 활동을 보이는 것에 대해 중국이 골목대장 역할을 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딩리 교수는 중국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현 국제 역학관계를 바꿀 의도는 없다"며 "전세계 질서에서 미국과 같은 부담을 아직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에 고마워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이 겸손하게 서로를 이해해야 하며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며 "이런 자세가 동아시아에도 도움이 되고 해당 국가들도 위협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널들은 미국과 중국, 동아시아국가간의 역학적 구도에 대한 해법으로 중국의 역내 시스템 편입과 외교 관계에 있어 정상적인 패턴으로 유도하는 것을 꼽았다. 힐 학장은 중국이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종속 구도를 취하는 것을 지적하고 다자간 협력 방식을 채택하길 주문했다. 유럽의 외교 방식이 아시아에도 유효할 것이란 지적이다. 타카하라 교수도 연맹 체계 재정립 등 여러 의견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까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보인다. 딩리 교수는 "중국의 기본적인 입장은 동등한 파트너십"이라며 "경제 뿐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서로 존중하고 평등한 관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양자 협상을 지지하는 견해다.
평행선을 달리던 패널의 토론은 미국과 중국의 상호 존중과 이해 선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브라운 학장은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을 반기며 이는 미국의 이해에서도 중요한 문제"라며 "시진핑 주석도 '중국도 미국의 역할을 반긴다'와 같이 말을 해주면 양자간의 관계에 매우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 사진 = 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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