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배양 기술을 활용한 4가 독감 백신을 놓고 녹십자와 SK케미칼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게 됐다. 국내 최초로 독감백신을 개발한 녹십자와 최근 안동 백신공장의 제조 및 품질관리 승인으로 사업 확장의 발판을 마련한 SK케미칼 중 누가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녹십자는 세포배양 기술을 활용한 4가 독감 백신의 임상시험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고 임상에 돌입하다고 1일 밝혔다.
4가 독감백신이란 4종류의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1회 접종으로 얻을 수 있는 백신이다. 일반적으로는 3가 독감 백신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최근에는 바이러스의 변이로 인한 대유행을 막기 위해 4가 독감 백신 접종이 권고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3가 백신만이 유통되고 있다.
세포배양 방식은 동물세포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한 뒤 백신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전통의 유정란 배양 방식 보다 생산단가는 높지만 생산 기간이 비교적 짧아 신종플루와 같은 위기상황에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또 조류 독감 등의 외부 요인으로 유정란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에도 안정적으로 백신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녹십자는 전통적인 유정란 방식의 생산과 세포배양 방식을 병행해 각각의 장점을 취하는 한편, 시장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녹십자가 세포배양 방식 임상에 돌입하면서 SK케미칼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SK케미칼은 이미 지난 2월 세포배양 방식의 4가 독감백신 임상시험에 착수한 바 있다.
다만 녹십자 측은 4가 독감백신 개발은 국내 후발주자들과의 경쟁이 아닌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독감백신 연간 소비량은 세계 전체 시장에서 소비하는 용량의 4%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안동호 녹십자 종합연구소 상무는 "녹십자의 4가 독감백신 개발은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이라며 "4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독감백신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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