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기자의 소비자 이기자] 허리수술 받았는데 간경색으로 사망?

#2013년 6월 3일 자전거를 타고 가다 넘어져 허리 통증이 생긴 배모씨(70세, 남, 포항)는 춘천의 한 병원에 내원했다. 배씨는 ‘요추 제3번의 방출성 골절’로 진단받고 ‘후방고정술’을 받았으나, 수술 후 전신 상태가 악화되면서 황달, 복부 통증이 발생, 결국 같은 해 7월 26일 간경색으로 사망했다.

이에 유족들은 수술이나 그 이후 처치의 부적절함을 주장하며 병원 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배씨의 유족인 안모씨는 해당 병원으로부터 배씨의 간이 좋지 않아 사망했다고 들었으나, 안씨가 수술 전 간 이상 소견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고,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병원의 수술 과정 또는 그 이후 처치가 적절치 않아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병원은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 사안에 대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안의 쟁점은 사업자 병원에서의 척추수술 과정상 과실이 있었는지, 망인의 간 손상에 대한 처치가 적절했는지 여부다.

위원회는 척추수술 과정에 과실이 있었는지에 대해, 실혈량이 많거나 수술 시간이 과도하게 오래 걸린 것으로 보이지 않고, 해부학적 위치나 수술 방법상 장기 손상 가능성은 낮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자전거 상해 당시 간에 열상이 있었고, 혈종에 의해 안정적이다가 수술 당시부터 출혈이 다시 발생하면서 결과적으로 간경색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는 전문위원의 견해를 고려해 수술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간경색 진단에 있어서 외상 환자가 수술 후 만성적 실혈 소견을 보이면 복강 내 출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초음파 등을 시행했어야 하나 이를 간과했고, 입원 당시 초음파나 CT 촬영을 했다면 간 손상을 발견했을 것으로 보이므로 간손상 진단 지연과 이로 인한 망인의 사망에 대해 병원의 책임을 인정했다.

또한 그 이후 색전에 대한 혈관조영술 및 외과적 치료가 불가능한 해당 병원으로서는 상급병원으로의 전원을 했어야했지만 이뤄지지 않은 점, 진료기록부 등 기록상 심정지 시 심폐소생술 등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책임을 인정했다.

한국소비자원 조정3팀의 이선주 변호사는 “다만 입원 당시 간수치 상승이 심하지 않고 혈색소는 정상이어서 복강 내 손상을 의심하기 어려웠던 점, 전원을 권유한 것에 대해 소비자가 거부한 적이 있는 점, 의료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책임 범위를 50%로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매경닷컴 이미연 기자]

[용어설명]

-요추 제3번의 방출성 골절 : 척추체 뒤쪽 1/2~1/3에 골절이 있는 경우로 척추신경이 있는 부위이기 때문에 마비가 올 수 있음.

-후방고정술 : 척주의 고정술로 추체간의 고정술을 전방고정술이라고 하는데 대해서 추간 관절간, 추궁간, 극돌기 간의 고정술을 후방 고정술이라고 함. 측만증, 척추분리증, 환축추간 불안증 등에 이루어지는 수술.(출처 간호학대사전)

-간경색 : 간동맥의 폐색 때문에 그 유역하의 조직에서 생기는 허혈성 간장애를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