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서울시 강남구의 한 매장 앞에 젊은 남녀들이 모여있다. 압구정, 대치동은 물론 멀리 경기도에서 몰려온 이들은 매장 내 직원의 안내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11시 50분, "12시부터 판매 개시합니다." 직원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줄을 선다. 20대 여성부터 40대 남성까지 상기된 표정의 어른들이 가득한 이곳은 대박 세일을 하는 백화점이 아닌 '맥도날드'다.
16일 자정 해피밀세트 2차 대전이 시작됐다. '해피밀 슈퍼마리오 피규어 시리즈의 2차 판매분을 당초 23일에서 일주일 앞당겨진 16일 0시부터 판매한다'는 맥도날드의 공식 SNS 글은 늦은 밤 키덜트족을 불러 모았다.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는 햄버거 등 음료와 함께 장난감이 제공되는 어린이용 햄버거 세트 메뉴다. 지난달 30일 판매를 개시한 해피밀 슈퍼마리오 시리즈는 폭발적인 관심 아래 출시 사흘 만에 전국 매장에서 모두 품절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번 2차분 판매에는 '파이어 마리오, 부메랑 마리오, 피치공주, 요시의 슈퍼마리오' 등 4종의 캐릭터 피규어가 준비됐다.
해피밀 세트를 구입하기 위해 저녁 10시부터 대기했다는 김모씨(28)는 "1차 때 구하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는데 오늘 이렇게 사게 돼서 다행"이라며 "잠 안 자고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기뻐했다.
나이트 근무 당번까지 바꾸고 달려왔다는 간호사 이모씨(27)는 "1차 때처럼 조기 품절될까 싶어 급하게 왔는데 근무 마치고 왔으면 큰일 날 뻔 했다"며 "피규어 8종 세트를 모두 모으게 돼서 정말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해당 지점 해피밀 세트는 물량 부족에 따라 새벽 4시께 판매가 중단됐다. 자정부터 기다렸는데도 해피밀 세트를 구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은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이날 정장을 입고 주문 대열에 있었던 김모씨(31)는 "해피밀 세트 구입 후 바로 회사에 갈 생각으로 출근 복장까지 갖춰입고 기다렸는데 너무 허탈하다"며 "3차 입고를 노려보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맥도날드 한 관계자는 "어린이를 타깃으로 출시된 해피밀 세트가 어른들에게 더 반응이 좋다"라며 "좋은 홍보 계기가 되어 본사에서도 반기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매경닷컴 정인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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