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515만원을 벌어 341만원을 쓴다. 35평짜리 주택을 포함해 6억6000만원 상당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매달 네 차례 12만원 상당의 외식을 즐긴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위해 소득의 2.5%를 기부후원하고 무료로 봉사활동을 한다"
한국인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중산층의 모습이다. 그러나 현실의 평균적인 한국인들은 이 가운데 단 한가지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통계청이 정의하는 중산층은 국민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기준의 중산층과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체감 중산층과도 괴리가 커, 제대로된 중산층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2일 전국 성인 남녀 81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OECD 기준의 중산층 중에서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경우는 45%에 불과하고, 나머지 55%는 자신을 저소득층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원이 통계청 조사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OECD기준의 중산층 비중은 2009년 66.9%에서 2013년 69.7%로 2.8%p 상승한 반면, 체감중산층 비중은 같은 기간 54.9%에서 51.4%로 3.5%p 감소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식중산층과 체감중산층의 괴리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OECD기준 중산층이란 가구원수를 고려한 가처분소득이 중위값의 50~150%인 경우로 우리나라의 통계청도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정의다.
이렇게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OECD의 중산층과 국민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중산층이 다르기 때문이다. OECD는 소득수준만으로 중산층을 정의하는 반면, 국민들은 소득수준뿐만 아니라 자산수준, 여유로운 생활과 삶의 질, 사회적 기여와 시민의식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정의한다. 이에따라 연구원은 소득과 자산 수준, 여유로운 생활과 삶의 질, 사회적 기여와 시민의식 등 중산층의 다양한 측면을 반영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국민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중산층의 모습을 도출했다.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이라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월평균 가구소득(세금, 4대 보험 제외)이 얼마 정도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는 평균 515만원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실제 세후가구소득은 416만원으로 대략 100만원정도 차이가 났다. 반면, 스스로를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550만원이라고 답해 200만원이 넘는 차이를 보였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중산층의 주택가격과 현실의 주택가격은 1억5000만원 차이가 났고 주택평수는 8.3평, 월평균 외식횟수는 0.8회, 소득 대비 기부후원금은 약 1.4%p 정도 괴리가 있었다. 스스로를 하층이라고 생각할 수록 괴리 정도는 더욱 커졌다.
다만, 무료봉사활동 횟수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이상적인 횟수와 실제 횟수는 각각 연평균 4.1회, 3.8회로 비슷했다. 특히 무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국민들일수록 사회기여를 중산층의 중요한 결정 요소로 보고 있어, 무료자원봉사 문화가 확대될 수록 이상적인 중산층 비중도 커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국민의 생각과 일치하도록 중산층을 새롭게 정의하고 정부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며 "특히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체감중산층 확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체감중산층이 두터울수록 이상적인 중산층과 국민의 실제 삶이 좁혀질 수 있다는 의미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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