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3년 기업 설비투자 동향과 시사점'을 보면 작년 외부감사대상 기업의 설비투자는 122조8000억원으로 2012년보다 5.5% 감소했다. 전년대비 설비투자 증감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200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같은 기간 외감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0% 증가했다.
기업들의 투자성향은 1.03으로 2012년 1.11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투자성향이란 설비투자액을 영업이익으로 나눈 지표로 수치가 1보다 크면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투자를 했다는 의미가 된다. 반면 이 기간 동안 기업들의 현금성자산비율은 8.7%에서 9.4%로 증가했고 장기투자자산비율은 2년 연속 19.8%로 동일했다.
이형일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작년 영업이익 증가에도 불가하고 투자가 줄어 전체기업의 투자성향이 전년대비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의 설비투자가 전년대비 14.1% 줄어 대기업 감소율 3.9%보다 폭이 컸다. 중소기업은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2.2%, 대기업은 1.0% 늘었다.
전체 설비투자액 122조원 가운데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에 비해 각각 줄었다. 제조업은 2012년 75조4000억원을 설비에 투자해 전체의 58.1%였지만 작년에는 70조5000억원으로 57.4%로 비중이 감소했다. 서비스업도 34조7000억원으로 26.7%였으나 작년 29조원으로 23.6%를 차지했다.
설비투자액이 감소한 주요업종은 전기전자, 자동차, 출판영상방송통신 등이었다. 디스플레이와 통신기기는 투자가 늘었지만 반도체 분야의 설비투자가 급감하면서 전기전자업종은 전체적으로 전년대비 9.0% 하락했다. 같은 기간 자동차업 설비투자는 5.5%, 출판영상방송통신업은 2.6%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늘었음에도 설비투자가 부진한 이유는 각 업종별 수요가 둔화된 이유가 큰 것으로 기재부는 봤다.
이형일 과장은 "전기전자업과 자동차업 등은 국내 수요가 둔화되면서 투자가 부진한 측면이 있다"며 "그간 추진해온 규제개혁과 투자활성화대책 등을 차질없이 추진해 서비스업과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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