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도 불구 삼성과 SK그룹이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적극적인 투자 활성화 당부에 화답하며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실적부진 등이 겹쳐 30대 그룹 전체 투자규모는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30대 그룹의 총 투자 규모에서 삼성·현대차·SK 등 '빅3'의 투자 비중은 54%에 달해 투자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뚜렷했다.
30대 그룹 중 지난해 투자액이 늘어난 그룹은 12개였고 줄어든 곳은 16개였다.
26일 CEO스코어가 지난해 30대 그룹 상장사 171개(금융사 제외)사의 유·무형자산 투자를 조사한 결과 총 95조8천억 원으로 2012년 97조7000억원 대비 1.9% 줄었다. 이번 조사는 유·무형자산 투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자산화된 비중을 구분하기 어려운 연구개발(R&D) 투자는 제외했다.
전체 투자액은 줄었지만 지난해 3분기 누적(-7.7%)보다는 하락폭이 둔화돼 재계의 투자가 4분기에 집중됐음을 반증했다.
실제 3분기까지 분기당 평균 투자액은 약 20조원이었으나 4분기에는 24조원으로 규모가 크게 늘었다.
2013년 투자액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그룹으로 28조7000억원이었다. 전년 27조원보다 6% 늘었다. 2위는 SK그룹으로 12조2700억원을 투자해 전년 11조원 보다 11.3% 증가했다.
30대 그룹에서 삼성과 SK를 제외할 경우 투자액은 54조8300억원으로 전년 59조6000억원 대비 8%나 줄었다. 경기침체 속에서 지난해 삼성과 SK가 재계 투자를 주도한 셈이다.
투자가 소폭 감소한 현대차를 포함한 재계 '빅3'의 투자 비중도 50.7%에서 54.1%로 확대돼 빅3와 나머지 하위 그룹 간 격차가 심화됐다.
특히 삼성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투자액이 전년 대비 15% 감소한 19조 원에 그쳤지만 4분기 투자 규모를 크게 확대해 전년 수준을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경상연구개발비(14조8000억원)를 추가하고 나머지 계열사의 R&D비용까지 더하면 전체 투자액은 지난해 목표치(49조원)를 무난히 달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SK는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이 투자액을 각각 1조2000억원과 5400억원 늘리며 투자를 이끌었다. 전년 대비 각각 71%와 15.2% 늘어난 수치다.
3위는 10조8500억원을 투자한 현대자동차그룹이 4, 5위는 LG그룹(9조4600억원)과 포스코(8조2500억원)가 차지했다.
하지만 3~5위 그룹은 투자액이 전년 대비 5~21% 가량 일제히 줄었다. 현대차가 5.3% 감소했고 LG와 포스코는 20.6%와 21.4% 크게 줄었다.
이어 KT(5조6900억원), 한진그룹(3조3800억원), 롯데그룹(2조8000억원), CJ그룹(2조7500억원), 신세계그룹(1조4500억원) 등이 톱 10에 올랐다.
30대 그룹 중 지난해 투자액이 늘어난 곳은 삼성, SK를 비롯한 12개였고 줄어든 곳은 동부, 두산 등 16개였다.
투자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에쓰오일로 1900억 원에서 4600억 원으로 144% 증가했다. 현대백화점(41.2%), GS(32.7%), 현대(24.8%), KT(20.6%), SK(11.3%) 등도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그룹이 해체된 STX는 투자액이 90% 쪼그라들었고 이어 동부(-27.8%), 두산(-24%), 동국제강(-23.7%), 한화(-23.2%), 포스코(-21.4%), 대우조선해양(-21.2%), LG(-20.6%), 대림(-17.4%), LS(-16.2%) 순으로 감소율이 컸다.
[매경닷컴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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