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식음료 간판기업인 롯데칠성과 롯데제과가 지난해 실적을 두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4년 연속 매출 2조원을 넘기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롯데칠성과 달리 롯데제과는 수년째 1조원대 머무르며 수세에 몰렸다. 엎치락뒤치락 하던 영업이익도 지난해 2배 가까이 차이나며 롯데칠성이 확실한 우위를 차지한 모습이다.
◆수익성 개선한 롯데칠성…실적 부진 면치 못한 롯데제과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이 1724억원으로 전년보다 14.9%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액은 2조2159억원으로 전년보다 0.8%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035억원으로 24.8% 증가했다.
롯데칠성은 "엔화 환율 하락에 따른 원가율과 비용 감소로 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은 오렌지농축액 등 과실농축액과 각종 향료 등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지난해 엔화가 약세를 보이며 원재료 수입면에서 수혜를 받았다.
우리투자증권 한국희 연구원은 "롯데칠성은 대부분 감익 추세를 보였던 음료 산업 참여자들과 달리 지난해 수익성 개선을 경험했다"며 "원가율과 마케팅비의 효율화를 동시에 달성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이와 달리 롯데제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47억9000만원으로 2012년보다 39%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5% 줄어든 917억8000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제과의 실적부진은 지난해 과자 시장이 둔화된데다 대형마트의 휴무 여파가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백운목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과자 업체들이 대부분 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롯데제과는 히트제품 부재로 실적 부진을 더 겪었다"며 "빙과류에서도 가격 정찰제 선도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롯데제과의 매출액은 1조9763억7000만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6%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수년 째 롯데제과는 매출액이 1조원대에 머물러 지난 2010년 매출액 2조원대를 돌파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롯데칠성과 대조를 이룬다.
영업이익 역시 롯데칠성이 롯데제과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2012년 350억원의 격차로 롯데칠성에 뒤진 롯데제과는 지난해 영업이익에서 800억원 이상 차이가 나며 롯데그룹의 모태로써 체면을 구겼다.
◆사업 확장 속도와 성장 가능성 차이 커
롯데제과는 2010년 이전만 해도 롯데그룹의 식음료 간판 기업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실적 부진에 시달리며 식음료사업의 중심축이 롯데제과에서 롯데칠성음료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사업의 확장 속도나 성장 가능성 측면에서 롯데제과보다는 롯데칠성이 우위에 서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일례로 롯데칠성은 지난 2011년 롯데주류비지를 인수합병(M&A) 한데 이어 최근에는 군인공제회가 출자해 설립한 생수업체 '록인음료' 인수를 마무리했다. 그 동안 '아이시스 DMZ 청정수'라는 브랜드로 록인음료 생수 유통을 담당했던 롯데칠성은 록인음료 인수를 통해 생수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2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현재 롯데칠성은 생수시장에서 점유율 35%를 차지한 '삼다수'에 이어 2위다.
해외시장의 진출 성적도 좋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러시아에 밀키스, 레쓰비 등을 수출해 사상 최대인 32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금메달급 수출 성과로 2000년 이후 연 40%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것.
반면 롯데제과는 지난 몇 년간 해외 M&A에 열을 내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중국, 베트남 등 해외사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롯데제과가 2013년까지 해외에 투입한 자금은 약 6500억원 가량이지만 투자 금액보다 적은 5200~5500억원 가량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사업에서 약 1000억원 이상 적자를 본 셈이다.
박애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제과의 해외부문은 영업손실이 계속되고 있다"며 "중국의 경우 인지도 상승을 위한 비용 투입이 이뤄지면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롯데제과가 최근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매출 성장률이 지난해보다는 좋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한국희 연구원은 "제품 가격의 인상분이 올해 반영돼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며 "빙과류의 매출 성장률 회복도 기대해 볼만해 현재 롯데제과는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국면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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