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강국을 가다 (上) ◆
지난해 말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청 앞. 플러그인(plug-in) 하이브리드 자동차 한 대가 전기 충전기에 충전 코드를 끼운 채 주차돼 있다. 길다란 막대 모양의 충전기는 전기 충전기 제작업체 쿨롬테크놀로지스(Coulomb Technologies)가 설치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시에서 남쪽으로 80㎞가량 떨어진 샌타클래라시. 이곳에 있는 세계적인 전자 계측회사 애질런트 본사 주차장에 들어서자 "전기자동차만 주차하세요"라는 큼지막한 문구와 함께 전기 충전소가 시야에 들어왔다.
미국 내 전기 충전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쿨롬테크놀로지스가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중심으로 설치한 전기차 충전소만 1000개다.
올해 10월까지 샌프란시스코는 물론 디트로이트, LA, 뉴욕, 올랜도, 워싱턴DC 등 미국 내 9개 도시에 총 4600개의 전기 충전소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쿨롬테크놀로지스는 물론 다른 전기차 인프라 제작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전기 충전소 구축에 나서 조만간 수만 개의 전기 충전소가 미국 전역에 설치될 전망이다.
이처럼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확충되고 있는 것은 전기차 시대가 실제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차 중 하나는 바로 도요타 프리우스다. 하이브리드 차량이지만 일부 운전자들은 프리우스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신흥 주택지를 중심으로 차고에서 전기차를 급속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가정이 늘고 있는 이유다.
또 지난해 말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 자동차업체 닛산이 세계 최초 상용 전기차 리프(leaf) 시판을 알리는 대대적인 출시행사를 개최해 미국 내에서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 개막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리프는 3만3500달러대의 가격표를 붙이고 소비자들을 맞았다. 전기차 구매 확산을 위해 연방ㆍ주정부가 제공하는 할인혜택을 감안하면 실제 구매 가격은 2만달러 수준이다. 소형차 수준에서는 낮지 않은 가격대지만 그렇다고 크게 부담도 되지 않는 적절한 가격선에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2월 판매에 들어가기 전 사전주문만 3만건을 넘었다. 닛산이 연간 3만대 정도의 리프를 미국 시장에 판매할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생산분까지 모두 판매된 상태다. 리프 외에도 제너럴모터스(GM)도 한 번 충전으로 80㎞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시보레 볼트를 지난해 말 내놨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전기차 제작업체 잽(Zap)사의 스티븐 슈나이더 CEO는 "닛산 리프 성공이 군소 전기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닛산이나 GM 같은 메이저 자동차 제조사들과 직접 경쟁하기보다는 전기차 트럭, 전기차 배달차량, 전기 스쿠터(잽사), 전기차 스포츠카(테슬러사)처럼 틈새시장을 노린 맞춤형 전기차들이 봇물 터지듯 시장에 출시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뿐만 아니다. 상용화된 자동차 배터리 교환형 전기자동차도 올해 첫 선을 보인다. 휴대폰처럼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배터리 교체형 차량인 르노의 플루언스 ZE(제로 에미션)가 지난해 말 르노 터키 공장에서 첫 시제품으로 나왔다. 이미 이스라엘과 덴마크에서 시범운행에 들어간 상태다. 올해 중순이나 늦어도 4분기부터는 이스라엘과 덴마크 소비자들이 직접 플루언스 ZE를 구입할 수 있다. 르노는 이들 2개국 외에 2012년부터 25개 EU국가에서 플루언스 ZE를 판매할 계획이다. 르노는 배터리 교체 인프라 구축을 위해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지역인 팰러앨토시에 위치한 세계 최초 자동차 배터리 교체 인프라 구축회사인 베터플레이스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조 폴루스카 베터플레이스 글로벌 홍보담당 부사장은 "올해 말까지 총 50개의 배터리 교체형 충전소를 이스라엘과 덴마크에 설치할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덴마크 전역에서 배터리 방전에 대한 불안감 없이 전기차를 몰고 다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듯 배터리 교환소에서 차 배터리를 교환하기 때문에 충전시간이 길게는 7~8시간이 소요되는 기존 전기차의 치명적인 약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배터리 교체용 전기차의 강점이다. 폴루스카 부사장은 "배터리를 교체하는 데 총 59초밖에 안 걸린다"며 "올 한 해 동안 플루언스 ZE가 5만대가량 판매될 것"으로 기대했다.
올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20종류의 전기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JP모건 등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2009년 74만대 규모에서 2020년에는 1293만대로 확대된다. 그야말로 전기차 빅뱅이 시작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 박봉권 기자]
지난해 말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청 앞. 플러그인(plug-in) 하이브리드 자동차 한 대가 전기 충전기에 충전 코드를 끼운 채 주차돼 있다. 길다란 막대 모양의 충전기는 전기 충전기 제작업체 쿨롬테크놀로지스(Coulomb Technologies)가 설치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시에서 남쪽으로 80㎞가량 떨어진 샌타클래라시. 이곳에 있는 세계적인 전자 계측회사 애질런트 본사 주차장에 들어서자 "전기자동차만 주차하세요"라는 큼지막한 문구와 함께 전기 충전소가 시야에 들어왔다.
미국 내 전기 충전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쿨롬테크놀로지스가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중심으로 설치한 전기차 충전소만 1000개다.
올해 10월까지 샌프란시스코는 물론 디트로이트, LA, 뉴욕, 올랜도, 워싱턴DC 등 미국 내 9개 도시에 총 4600개의 전기 충전소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쿨롬테크놀로지스는 물론 다른 전기차 인프라 제작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전기 충전소 구축에 나서 조만간 수만 개의 전기 충전소가 미국 전역에 설치될 전망이다.
이처럼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확충되고 있는 것은 전기차 시대가 실제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차 중 하나는 바로 도요타 프리우스다. 하이브리드 차량이지만 일부 운전자들은 프리우스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신흥 주택지를 중심으로 차고에서 전기차를 급속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가정이 늘고 있는 이유다.
또 지난해 말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 자동차업체 닛산이 세계 최초 상용 전기차 리프(leaf) 시판을 알리는 대대적인 출시행사를 개최해 미국 내에서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 개막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리프는 3만3500달러대의 가격표를 붙이고 소비자들을 맞았다. 전기차 구매 확산을 위해 연방ㆍ주정부가 제공하는 할인혜택을 감안하면 실제 구매 가격은 2만달러 수준이다. 소형차 수준에서는 낮지 않은 가격대지만 그렇다고 크게 부담도 되지 않는 적절한 가격선에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2월 판매에 들어가기 전 사전주문만 3만건을 넘었다. 닛산이 연간 3만대 정도의 리프를 미국 시장에 판매할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생산분까지 모두 판매된 상태다. 리프 외에도 제너럴모터스(GM)도 한 번 충전으로 80㎞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시보레 볼트를 지난해 말 내놨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전기차 제작업체 잽(Zap)사의 스티븐 슈나이더 CEO는 "닛산 리프 성공이 군소 전기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닛산이나 GM 같은 메이저 자동차 제조사들과 직접 경쟁하기보다는 전기차 트럭, 전기차 배달차량, 전기 스쿠터(잽사), 전기차 스포츠카(테슬러사)처럼 틈새시장을 노린 맞춤형 전기차들이 봇물 터지듯 시장에 출시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뿐만 아니다. 상용화된 자동차 배터리 교환형 전기자동차도 올해 첫 선을 보인다. 휴대폰처럼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배터리 교체형 차량인 르노의 플루언스 ZE(제로 에미션)가 지난해 말 르노 터키 공장에서 첫 시제품으로 나왔다. 이미 이스라엘과 덴마크에서 시범운행에 들어간 상태다. 올해 중순이나 늦어도 4분기부터는 이스라엘과 덴마크 소비자들이 직접 플루언스 ZE를 구입할 수 있다. 르노는 이들 2개국 외에 2012년부터 25개 EU국가에서 플루언스 ZE를 판매할 계획이다. 르노는 배터리 교체 인프라 구축을 위해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지역인 팰러앨토시에 위치한 세계 최초 자동차 배터리 교체 인프라 구축회사인 베터플레이스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조 폴루스카 베터플레이스 글로벌 홍보담당 부사장은 "올해 말까지 총 50개의 배터리 교체형 충전소를 이스라엘과 덴마크에 설치할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덴마크 전역에서 배터리 방전에 대한 불안감 없이 전기차를 몰고 다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듯 배터리 교환소에서 차 배터리를 교환하기 때문에 충전시간이 길게는 7~8시간이 소요되는 기존 전기차의 치명적인 약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배터리 교체용 전기차의 강점이다. 폴루스카 부사장은 "배터리를 교체하는 데 총 59초밖에 안 걸린다"며 "올 한 해 동안 플루언스 ZE가 5만대가량 판매될 것"으로 기대했다.
올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20종류의 전기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JP모건 등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2009년 74만대 규모에서 2020년에는 1293만대로 확대된다. 그야말로 전기차 빅뱅이 시작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 박봉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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