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빌은 17세기 말엽부터 프랑스에서 시작된 버라이어티 쇼 형태의 연극 장르로 정신적 · 심리적 목적을 배제한 코믹한 상황에 기인한 희극을 의미하며, 당초에는 인상적인 노래나 가벼운 시의 한 종류였으나 희극과 결합하여 발레 등이 포함된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1881년부터 1932년까지 50여 년간 미국 대중문화를 지배한 최초의 근대적 엔터테인먼트로 과거의 대중연예를 흡수하여 새롭게 개혁하고, 영화와 텔레비전에 왕좌의 자리를 인계함으로써 근대적 대중문화의 기틀을 마련한 교량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보드빌 극장은 교회, 학교처럼 많은 대중이 모이는 공적 공간이었는데 도시 대부분에는 어김없이 보드빌 극장이 있었고, 노래와 춤, 스턴트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나이에 관계없이 보드빌 진출을 노릴 수 있었습니다. 단순한 인기오락이 아니라 광풍이었습니다.
보드빌 산업은 전면적 전쟁의 역사기도 했는데 19세기 후반부터 미국인들은 돈을 벌기 위한 광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고 이 시대에 엄청난 이민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민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하려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몰려들었고, 이런 과정에서 약육강식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보드빌 산업에 카르텔. 블랙리스트 등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많이 언급되는 파괴적 내용이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이후 보드빌은 미국인들의 기쁨과 슬픔을 고스란히 담아내어 문화적 공동체 형성에 이바지한 대중연예가 됐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코미디와 노래, 춤, 드라마를 좋아한다. 이는 시대와 장소, 인종을 초월한 인류의 보편적 정서인데 보드빌은 이런 대중들의 정서를 담아낸 그릇이었습니다.
보드빌이라는 장르는 소멸했지만, 그 근저에 흐르는 보드빌의 정신, 다양성과 대중성은 지금도 살아있는 이유입니다. 텔레비전의 버라이어티 쇼, 뉴 서커스 등의 새로운 문화운동은 보드빌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뮤지컬 산업과 흡사한 측면이 있었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데 신간 '보드빌'은 보드빌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미국 대중문화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드빌의 흥망성쇠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권의 공연예술 관련서적을 썼던 저자는 보드빌의 성장과 몰락의 과정은 우리나라의 뮤지컬 산업에도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집니다.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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