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의 4살 난 막둥이가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물었다. “이모, 수리도 방귀 뀌어요?” 당연히 뀐다. 사람만큼 잦지 않고 냄새도 거의 없지만, 개도 고양이도 방귀를 뀐다. 그러나 횟수가 많고 냄새가 지독하다면, 그건 좀 문제다.
공기 흡입량 많으면 방귀 잦다
개가 방귀를 뀌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식습관이나 사료에 기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흔하게는 ‘공기 연하증’이 원인이다. 개가 사료나 간식을 먹을 때 공기를 함께 들이마시는데, 공기 흡입량이 많으면 가스 배출량이 많아진다. 흥분한 상태에서 허겁지겁 먹을 때는 더욱 그렇다. 밥그릇 위치가 너무 낮아도, 개가 고개를 많이 숙이고 음식물을 섭취하게 되어 소화 불량이 생길 수 있고 이에 따라 방귀가 만들어지기 쉽다.사료를 바꾸었을 때도 장내 세균총의 불균형을 가져와 일시적으로 방귀가 잦아질 수 있다. 일부 사료는 방귀를 더 잘 만든다. 품질이 낮은 단백질원을 쓰거나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사료는 일부 성분이 대장 내 박테리아에 의해 발효되면서 메탄을 생성해 냄새가 독한 방귀를 뀌게 한다. 이 밖에도 상한 음식이나 유제품을 먹었을 때 방귀를 자주 뀌고 설사를 동반할 수 있다.
질병과 노화도 방귀 부른다
문제는 질병으로 인한 방귀다. 위장 내 세균이 불균형 상태이거나, 췌장 기능 부전 또는 장염이 있을 때, 장 점막이 자극돼 가스가 반복적으로 만들어진다. 또 특정 성분(대개 단백질인 경우가 많다)에 알레르기가 있으면 그에 대한 반응으로 방귀가 잦을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소화 능력이 떨어져 가스가 생기고 방귀가 잦아진다. 아닌 게 아니라 며칠 전 열세 살 수리의 갑작스런 방귀 테러로 가족들이 박장대소했다. 비만이 있는 개도 개구 호흡을 많이 하고 복부 팽만감을 느껴 방귀를 자주 뀐다.특정 견종은 방귀가 더 잦다. 가령 퍼그, 불독, 보스턴 테리어 등 머즐(코와 입 부분)이 짧은 단두종은 코가 납작해 입으로 호흡할 때가 많은데, 그만큼 공기 흡입량이 더 많아 방귀를 자주 뀌는 편이다.
건강에 이상이 없다면 방귀를 줄여 보자. 사료는 급여 회수를 더 나누고, 조용한 장소에서 천천히 먹을 수 있게 한다. 사료를 바꿀 때는 2주 정도 적응 기간을 두고 새로운 사료의 양을 조금씩 늘려 간다. 질이 낮은 고기 찌꺼기, 우유, 다량의 야채, 양배추, 감자 등은 피하고, 적절한 운동으로 체중을 관리하고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4호(24.11.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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