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가 “질투나는 재능”이라고 극찬한 흥행작 ‘목소리의 형태’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신작이다.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상하이 국제 영화제 금잔상을 받은 영화로 청춘의 색을 노래하는 세 명이 주인공이다.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극중 배경은 나가사키에 위치한 교회의 미션 스쿨이 주요 무대다. 주변의 사람을 빨강, 파랑 등 ‘색’으로 받아 들이는 엉뚱한 여고생 ‘토츠코’를 중심으로, 기숙학교가 맞지 않아 그만 둔 ‘키미’, 대를 이어 병원을 운영해야 하는 ‘루이’ 세 사람이 밴드를 결성해 진행되는 얘기다. 토츠코는 어느 날 학교에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찬란하고 아름다운 색을 가진 소녀 키미를 만난다. 그리고 헌책방에서 우연히 음악을 좋아하는 소년 ‘루이’를 만나면서 셋은 밴드 ‘시로네코도’(’흰색 고양이’라는 뜻으로 셋이 만난 헌책방의 이름이자, 토츠코를 키미에게 안내한 고양이를 상징하기도 한다)를 결성한다.
다른 이들의 색은 아는 토츠코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의 색이 뭔지는 모르고, 키미는 미션 스쿨 중퇴 사실을 할머니에게 숨긴 채 살고 있으며, 루이는 자신을 키워준 엄마에게 의학 대신 음악에 관심 있다는 사실을 숨긴다. 서로에게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한 세 사람은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미션 스쿨의 성 발렌타인 축제 무대에 서게 된다.
(사진 대원미디어, CJ CGV)
‘체인소맨’의 음악 감독, ‘고양이의 보은’의 각본가, ‘목소리의 형태’ 감독이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될 만한 영화다. 극중에는 ‘제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마음의 평화를 주시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라는 신학자 라인홀드 니부어의 기도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 기도를 외며 자신의 색을 찾아가던 토츠코는 영화 말미, 결국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에 행복해 하는지를 깨닫는다. 영화는 비단 주인공인 10대뿐 아니라 학교와 사회에서 내가 누구인지 찾아가고,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20~30대, 장년층에게도 어필할 만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공기의 파장 속에 손을 넣어 음을 만드는 악기인 테레민, 카세트 플레이어 등이 등장하는 영화는 시각, 청각적인 즐거움도 크다. 감독 야마다 나오코는 배경과 설정을 모두 설명하거나 대사로 처리하는 대신, 시간과 색, 눈빛과 움직임 등으로 캐릭터를 설명한다.초중반 다소 루즈하게 흘러가던 영화는 성 발렌타인 축제 무대에 선 세 사람이 보여주는 3곡의 노래가 휘몰아치는 후반 10분에 관객의 감정을 폭발하게 만든다. 감독 취미가 밴드인 만큼, 셋의 밴드 활동이 리얼하게 펼쳐지는데 특히 ‘체인소맨’의 음악 감독을 맡았던 우시오 켄스케가 만든 대표곡 ‘수금지화목토천 아멘’과, ‘마음은 계속 불안정하고 커튼처럼 흔들리지만 그저 지금을 즐기고 싶어’라는 가사의 일본의 국민 밴드 ‘미스터 칠드런’의 주제곡 ‘인더 포켓(In the Pocket)’이 극장을 나와도 계속 귀에 맴돈다. 러닝타임 101분.
영화 ‘너의 색’ 포스터(사진 대원미디어, CJ CGV)
[Word 최재민 Photo 대원미디어, CJ CGV][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2호(24.10.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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