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을 받고 「뉴욕타임스」 주말판의 얼굴인 서평 면을 34년간 책임진 간판 기자 미치코 가쿠타니가 은퇴 후 자유로운 몸으로 표류하는 세계 정세와 문화적 변혁에 관한 사유를 담은 신작을 펴냈다.
기술이 새로운 힘의 비대칭을 낳는 VUCA 시대에는 사실과 허구, 진실과 환상이 뒤섞인다. 이 책은 사회와 경제가 기술의 획기적 발전과 결합해 오래된 패러다임을 무너뜨리는 ‘힌지 모멘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핀다.
정보 과부하와 선정주의 등의 부작용을 지닌 디지털 기술은 현대 사회의 ‘프랑켄슈타인’이다. 기술기업들은 거대한 부를 독점하면서도 가짜뉴스 문제는 책임지지 않는다. 저자는 흥미롭게도 이들 기업이 무료 정보화, 평등주의, 탈중심화 등 반문화의 뿌리에서 태어났음에 주목한다. 하지만 양날의 검이 된 디지털 기술은 연결성을 주는 대신 분열과 혐오의 숙주가 되고 말았다고 비판한다.
김숨의 신작 소설은 태평양전쟁 당시 오키나와 본섬 서쪽의 작은 섬 구메지마(久米島)에서 실제로 벌어진 참혹한 학살 사건을 다룬다. 일본군이 선량한 주민 20명을 미군의 스파이라는 죄목으로 무참히 살해한 ‘구메지마 수비대 주민 학살 사건’이 소설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서도 오키나와 문학계에서도 다뤄진 적이 없다. 역사적 기록과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쓰인 이 소설은 당시 섬의 상황과 전쟁의 양상을 정치하게 그려낸다.
이 섬에서는 다양한 층위의 폭력이 존재했다. 일본군의 일차적 폭력이 난무했고 주민들 간에도 ‘스파이 공포증’이 불러일으킨 여러 폭력이 혼재했다. 작가는 “너무도 분명한 악과 악행과 악인을 상상하는 것이, 쓰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소설을 어떻게든 끝맺기 위해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것을 상상해야 했고 쓰고 싶지 않은 것을 써야만 했다”고 고백한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8호(24.7.16) 기사입니다]
빅테크는 혼돈을 부른 ‘프랑켄슈타인’이다
『거대한 물결』
미치코 가쿠타니는 2020년대 상황을 VUCA(변동성·불확실성·복잡성·모호성의 머리글자를 딴 말)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코로나19부터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점점 더 서로 연결되는 세계는 나비효과를 증폭시키며 예측하기 힘든 상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거대한 물결』
기술이 새로운 힘의 비대칭을 낳는 VUCA 시대에는 사실과 허구, 진실과 환상이 뒤섞인다. 이 책은 사회와 경제가 기술의 획기적 발전과 결합해 오래된 패러다임을 무너뜨리는 ‘힌지 모멘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핀다.
정보 과부하와 선정주의 등의 부작용을 지닌 디지털 기술은 현대 사회의 ‘프랑켄슈타인’이다. 기술기업들은 거대한 부를 독점하면서도 가짜뉴스 문제는 책임지지 않는다. 저자는 흥미롭게도 이들 기업이 무료 정보화, 평등주의, 탈중심화 등 반문화의 뿌리에서 태어났음에 주목한다. 하지만 양날의 검이 된 디지털 기술은 연결성을 주는 대신 분열과 혐오의 숙주가 되고 말았다고 비판한다.
전쟁이 끝난 후,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비극
『오키나와 스파이』
『오키나와 스파이』
김숨 지음 / 모요사 펴냄
1945년 오키나와 전투 당시 구메지마는 차마 감당할 수 없는 폭력과 죽음이 난무했다. 생명과 삶이 가차 없이 파괴된 무간지옥이 펼쳐졌다. 스파이 혐의로 민간인들이 일본도와 총검에 처형됐고, 살해당한 이들의 가족이 비통함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김숨의 신작 소설은 태평양전쟁 당시 오키나와 본섬 서쪽의 작은 섬 구메지마(久米島)에서 실제로 벌어진 참혹한 학살 사건을 다룬다. 일본군이 선량한 주민 20명을 미군의 스파이라는 죄목으로 무참히 살해한 ‘구메지마 수비대 주민 학살 사건’이 소설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서도 오키나와 문학계에서도 다뤄진 적이 없다. 역사적 기록과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쓰인 이 소설은 당시 섬의 상황과 전쟁의 양상을 정치하게 그려낸다.
이 섬에서는 다양한 층위의 폭력이 존재했다. 일본군의 일차적 폭력이 난무했고 주민들 간에도 ‘스파이 공포증’이 불러일으킨 여러 폭력이 혼재했다. 작가는 “너무도 분명한 악과 악행과 악인을 상상하는 것이, 쓰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소설을 어떻게든 끝맺기 위해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것을 상상해야 했고 쓰고 싶지 않은 것을 써야만 했다”고 고백한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8호(24.7.1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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