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지면 개 발바닥 꼬순내가 한층 짙어진다. 발바닥으로 배출하는 땀이 세균을 만나 냄새를 풍기는 것. 세균이라고는 해도 건강한 개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심지어 이 냄새는 반려인들에게 중독을 불러일으켜 상품 개발로까지 이어진다.
개 발바닥 꼬순내 아이스크림
발바닥 꼬순내를 맡으면 안정감이 들고 힐링이 된다는 게 반려인들의 중론이다. 퇴근하자마자 반려견을 붙들고 발바닥 꼬순내부터 맡아야 하루의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사람도 여럿이다. 이런 마성의 발바닥 꼬순내를 향수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반려인은 늘 있어 왔다. 사실 꼬순내 성분을 알면 제조가 불가능할 것도 없으며, 이미 성분도 파악된 상태. 냄새를 풍기는 정체는 프로테우스(Proteus)와 슈도모나스(Pseudomonas)라는 세균으로, 슈도모나스 균은 고소한 향을, 또 프로테우스 균은 달달한 향을 담당하고 있다.그렇다면 이를 향으로 만들 수 있을까? 가능은 한데, 상업성 측면에서 간단치 않다. 또 반려인마다 자신의 반려견 꼬순내를 좋아하기 때문에 향을 평준화하기 어려운 점이 걸림돌이라고. 흥미롭게도 지난 2017년 일본의 ‘재팬 펫 페어(Japan Pet Fair)’에서는 강아지 꼬순내 아이스크림을 판매했다. 이 제품은 초콜릿맛 아이스크림에 검은 깨로 발톱을 재현하고 캐러멜 팝콘으로 질감을 살렸다. 동봉된 파우더를 뿌리면 더 깊은 발바닥 맛을 느낄 수 있었다고.
아기 고양이 뒷덜미 향 향수
(사진 언스플래시)
고양이 뒷덜미에서 나는 냄새를 담은 향수도 있다. 고양이 뒷덜미에서는 ‘포근한 햇볕’ 냄새가 난다는데,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나로서는 상상만 해 볼 뿐이다. 햇볕 냄새의 정체는 땀과 미생물이 열과 자외선을 받아 분해되며 나는 냄새다. 햇볕에 이불을 말릴 때 나는 냄새와 비슷하다.미국의 향수 브랜드 데메테르(Demeter)는 무려 15년 동안 연구를 진행해, 새끼 고양이 뒷덜미에서 나는 따뜻하고 안락한 냄새를 재현했다며 ‘키튼 퍼(kitten fur)‘라는 향수를 출시했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호기심에 이 향수를 구입한 이가 있는데, 그에 따르면 바닐라 향과 베이비파우더 향이 난단다. 향의 호불호를 제쳐 두고 키튼 퍼 향수가 사용자들에게 ‘따뜻함’을 제공하는 데 효과적인 건 사실일 것이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4호(24.6.18) 기사입니다]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