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0주년을 맞는 ‘한국영화계 명장’ 정지영 감독이 <소년들>로 돌아왔다. <부러진 화살><블랙머니>를 잇는 실화극 3부작이다. 명감독에 명배우 군단이 등장하지만 실화 사건이 주는 임팩트에 비해 다소 여운이 적다는 점, 후반부의 법정 신이 보여준 신파는 아쉽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99년 전북 삼례의 작은 슈퍼마켓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주인 할머니가 사망한다. 용의자는 동네에 사는 불량 청소년 3인으로 좁혀지고, 하루아침에 살인자로 내몰린 소년들은 영문도 모른 채 감옥에 갇힌다. 이듬해 새롭게 반장으로 부임 온 베테랑 형사 ‘황준철’(설경구)에게 진범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고, 사라진 현장 검증 영상, 어긋난 진술을 발견한 그는 재수사에 나선다. 하지만 당시 사건의 책임 형사에서 전북청 수사계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최우성’(유준상)의 방해로 황 반장은 좌천되고, 소년들은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다. 그로부터 16년 후,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던 ‘윤미숙’(진경)과 소년들이 변호사와 함께 황 반장을 다시 찾아온다.
2007년 석궁 테러 사건 소재를 다룬 법정 실화극 <부러진 화살>(2012),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금융범죄 실화극 <블랙머니>(2019) 등의 근작에서도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아온 ‘대가’ 정지영 감독이 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각종 남우주연상을 휩쓴 대한민국 1호 ‘천만영화’의 주인공이자 <공공의 적> 강철중으로 ‘잊을 수 없는 한국형 형사’의 모습을 탄생시킨 설경구가 완주서 수사반장 ‘황준철’ 역을 맡았다. 혹독한 체중 감량을 통해 2000년과 2016년 사이, 세월의 간극을 극명하게 표현해낸 설경구는 한번 문 건 절대 놓지 않는다고 해서 ‘미친개’로 불리던 형사 시절부터, 현실의 벽 앞에 무기력해진 16년 뒤 좌천된 황 반장의 모습까지 섬세하게 그려낸다.
여기에 성인이 된 가짜 범인 역을 맡은 김동영, 유수빈, 김경호의 연기도 눈에 띈다. 불량청소년에서 이제는 살인자라는 손가락질에 시달리던 그들이 어린 시절처럼 물속에서 노는 장면은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에서 가장 밝은 장면. 이는 황 형사가 재심을 도와주기로 마음 먹는 계기가 된다. 떠들썩한 등장에 비해 허성태가 맡은 완주서 후배 형사 ‘박정규’ 캐릭터가 분량이 적고, 웃음을 주기엔 빈약한 점이 아쉽다.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긴장감 속에 수사극의 장르적 재미는 소소하게 존재한다. 러닝타임 123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7호 기사입니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99년 전북 삼례의 작은 슈퍼마켓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주인 할머니가 사망한다. 용의자는 동네에 사는 불량 청소년 3인으로 좁혀지고, 하루아침에 살인자로 내몰린 소년들은 영문도 모른 채 감옥에 갇힌다. 이듬해 새롭게 반장으로 부임 온 베테랑 형사 ‘황준철’(설경구)에게 진범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고, 사라진 현장 검증 영상, 어긋난 진술을 발견한 그는 재수사에 나선다. 하지만 당시 사건의 책임 형사에서 전북청 수사계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최우성’(유준상)의 방해로 황 반장은 좌천되고, 소년들은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다. 그로부터 16년 후,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던 ‘윤미숙’(진경)과 소년들이 변호사와 함께 황 반장을 다시 찾아온다.
2007년 석궁 테러 사건 소재를 다룬 법정 실화극 <부러진 화살>(2012),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금융범죄 실화극 <블랙머니>(2019) 등의 근작에서도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아온 ‘대가’ 정지영 감독이 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소년들> 스틸컷
“어떤 사건이 사건으로만 그치는 것이 안타깝다. 그 사건 하나를 잘 들여다보면 거기에 나와 내 가족, 내 이웃도 포함되어 있다”고 전한 감독은 관객들이 황 형사가 느끼는 사건에 대한 의구심과 분노에 동참할 수 있도록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조로 영화를 구성했다. 2000년 재수사 과정과 2016년 재심 과정을 점층적으로 배치해 놓은 영화는 영문도 모른 채 한순간에 살인범으로 지목된 것을 시작으로 17년 만에 무죄가 입증되기까지, 세 소년의 삶에 새겨진 주홍글씨와 그 안에 가려진 사건의 이면을 집중 조명한다.각종 남우주연상을 휩쓴 대한민국 1호 ‘천만영화’의 주인공이자 <공공의 적> 강철중으로 ‘잊을 수 없는 한국형 형사’의 모습을 탄생시킨 설경구가 완주서 수사반장 ‘황준철’ 역을 맡았다. 혹독한 체중 감량을 통해 2000년과 2016년 사이, 세월의 간극을 극명하게 표현해낸 설경구는 한번 문 건 절대 놓지 않는다고 해서 ‘미친개’로 불리던 형사 시절부터, 현실의 벽 앞에 무기력해진 16년 뒤 좌천된 황 반장의 모습까지 섬세하게 그려낸다.
<소년들> 스틸컷
영화, 드라마, 뮤지컬을 넘나드는 베테랑 배우 유준상이 폭력과 조작으로 소년들에게 누명을 씌우는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 형사 ‘최우성’ 역을 맡아 선한 얼굴로 연기한다. 맡는 작품마다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는 실력파 배우 진경, 강렬한 존재감의 대체불가 배우 염혜란이 보여주는 입체적인 연기는 특히 발군.여기에 성인이 된 가짜 범인 역을 맡은 김동영, 유수빈, 김경호의 연기도 눈에 띈다. 불량청소년에서 이제는 살인자라는 손가락질에 시달리던 그들이 어린 시절처럼 물속에서 노는 장면은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에서 가장 밝은 장면. 이는 황 형사가 재심을 도와주기로 마음 먹는 계기가 된다. 떠들썩한 등장에 비해 허성태가 맡은 완주서 후배 형사 ‘박정규’ 캐릭터가 분량이 적고, 웃음을 주기엔 빈약한 점이 아쉽다.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긴장감 속에 수사극의 장르적 재미는 소소하게 존재한다. 러닝타임 123분.
<소년들> 포스터
[글 최재민 사진 CJ ENM, 아우라픽처스][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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