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4만2,000개 위성으로 ‘우주 권력자’를 꿈꾸다!
일론 머스크. 그는 전기차 테슬라, 우주항공 스페이스X, 소셜미디어 X(트위터)를 경영하는 기업가이다. 그의 수많은 기업 중에서도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서비스사인 ‘스타링크’는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의 현재 가장 ‘뜨거운 감자’다.
#1 지난 11월2일,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사업 ‘스타링크’가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X에 “스타링크의 현금 흐름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스타링크 위성은 현재 모든 활성 위성의 과반수가 됐다. 내년에는 지구에서 지금까지 발사된 모든 위성의 과반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스타링크 매출액은 2022년 추정치 9억8,000만 달러. 월가에서는 스페이스X의 가치를 1,500억 달러, 200조 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2 지난 10월 말, 일론 머스크는 인터넷과 통신 등이 차단된 가자기구에 스타링크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물론 제공되는 스타링크는 가자지구 내 국제구호단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스타링크 시스템은 결국 하마스가 이용할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3 2022년 2월24일. 러시아 군은 침공 1시간 전 멀웨이 해킹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통신망을 마비시켰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군의 통신 지휘체계가 무너졌다. 2월26일, 우크라이나 미하일로 페도로프 부총리는 X를 통해 “스페이스X 스타링크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달라”는 급전을 일론 머스크에게 보냈다. 그리고 10시간 후, 일론 머스크는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와 수신기 수천 개를 제공했다. 현재 이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 군 통신체계에서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만약 일론 머스크가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이 전쟁은 이미 러시아의 승리로 벌써 끝났을 것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사진 픽사베이)
평화 시에도, 전쟁에도 영향력은 지대하다
스타링크는 평화 시에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하늘만 보이면 위성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이로운 기기지만, 전쟁 시에는 승패를 가름할 수 있는 ‘막강한 무기’이다. 현대전은 통신을 바탕으로 한 정보전이다. 즉 위성과 드론 등으로 얻은 정보로 적의 무기와 군대를 정확하게 포격할 수 있고 또한 미사일 방어 요격시스템도 가동할 수 있다. 인터넷, 통신이 끊긴 군대는 사실 장님과 다름없다.우크라이나는 머스크에게 제공받은 스타링크로 통신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에 반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의 러시아 흑해함대를 해상 드론으로 기습하려고 시도하자 일론 머스크는 “스타링크의 위성 통신은 장거리 드론 공격에 사용될 수 없다. 전쟁이 확대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와 협의 없이 스타링크를 중단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흑해함대 기습은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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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일론 머스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서 그 어떤 요소보다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이는 초국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일론 머스크의 존재감을 부각시킨 사건들로 국제사회에 향후 ‘머스크 리스크’가 작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스타링크는 전쟁의 변수를 넘어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의 변수도 되었다.군사 전문가와 외신은 중국이 2027년경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런 예측이 이루어진다면 스타링크의 중요성은 다시 부각될 것이다. 중국은 대만에 연결된 14개의 해저 광케이블을 차단하고 해킹으로 대만의 통신을 마비시킬 것이다. 그리고 공군과 미사일 부대의 폭격 후 상륙부대를 대만에 보낼 것이다. 이때 대만이 중국에 대항해 버틸 수 있는 힘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미국의 개입, 또 하나는 스타링크 제공이다. 미국은 신속대응군과 8함대, 오키나와, 괌, 주한미군을 대만 해협으로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 다음으로 통신이 두절된 대만에 머스크가 스타링크를 제공해 대만군과 미군의 합동작전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대만은 미국과 스타링크 도입을 협의 중이다.
4만2,000개의 위성으로 ‘위성 별자리’를 계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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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링크의 시작은 2014년도이다. 일론 머스크는 지구 저궤도에 수만 개의 ‘위성 별자리’를 구축하는 위성 인터넷서비스를 구상했다. 2019년 5월,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이 스타링크 소형 위성 60개를 탑재한 채 발사됐다. 2020년 본격화된 스타링크의 목적은 기존 위성통신망과 케이블로 연결된 통신의 범위, 속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통신 시스템 구축이다. 현재 전 세계는 고고도 통신위성과 해저 광케이블로 통신을 연결하고 있다. 이는 한계가 있다. 서울 어느 곳에서도 핸드폰 통화가 가능하고 인터넷 설치 혹은 와이파이 연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범위를 넓혀 보면 우리가 일상 쓰는 인터넷과 통신의 혜택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우리나라처럼 작은 국가에서도 통신이 단절되거나 불안정한 곳이 있는데 미국, 중국, 러시아 같은 큰 면적의 국가에서는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곳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스타링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프로젝트이다.우주에 소형 위성을 띄운다. 이 위성들은 군집 형태로 일정 궤도에 집결된다. 머스크가 구상한 군집 위성수는 4만2,000개. 2030년 기점으로 1세대 1만2,000개, 2세대 3만 개 위성이 발사될 예정이다. 현재 약 4,519개의 위성이 스타링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국가가 우주에 발사한 위성의 60%가 넘는 숫자이다.
고고도에 위치하면 위성이 커버할 수 있는 지구의 면적은 넓어진다. 대신 속도와 송신장치 설치가 부담이 된다. 반대로 저궤도 위성은 속도는 빨라지지만 위성이 감당하는 면적은 좁아진다. 해서 수많은 위성을 저궤도에 진입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머스크는 4만2,000개의 위성을 저궤도에 진입시킬 예정이다. 계획대로 4만2,000개 위성이 자리 잡는다면 이는 지금까지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쏘아 올린 위성의 5배 규모가 될 것이다. 스타링크는 아직 1세대 위성군집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그 영향력은 대단하다. 만약 위성 약 1만2,000개로 위성 인터넷망을 구축한다면 그 힘은 대단할 것이다. 1초에 1Gbps 전송 속도, 20ms의 응답 속도로 이는 현재 ‘인터넷 강국’이라는 우리의 속도보다 약 40배 빠르다.
‘우주 권력자’가 되어가는 일론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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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니아, 이스라엘에서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가 가진 힘을 확인했기에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즉 우크라이나와 미국, 이스라엘과 미국 정부가 합의를 도출했어도 스타링크의 접속과 해지, 통신망 사용 권한이 스페이스X와 일론 머스크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미국 정치권에서도 ‘일론 머스크와 스타링크 사업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라는 의견이 있다. 미국 우주군사령관 제임스 디킨슨은 “미군은 ‘거대 별자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보고 있다. 변덕스러운 리더십을 가진 민간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군의 우주 명령 수행능력이 위협받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해서 미군 역시 133개의 민간 우주산업업체와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EU 역시 자체 위성통신망 구축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31억5,000만 유로, 4조6,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중국은 2045년 우주 최강국을 목표로 1만3,000개의 위성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민간 기업 아마존에서도 위성 발사를 시도했지만 규모에서 스타링크에 비해 역부족이다. 스타링크의 강점은 위성 통신사업을 선점했다는 것과 스페이스X의 존재이다. 스페이스X가 보유한 팰컨 9 로켓은 한 번에 위성 60개를 발사할 수 있다.
얼마 전, 외신은 스마트폰에서 스타링크를 사용할 수 있는 ‘다이렉트 투 셀Direct to Cell’ 서비스를 2024년에 출시한다고 보도했다. 2024년에는 문자 메시지가, 2025년에는 음성 및 데이터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계 약 50여 개국에서 사용하는 스타링크는 위성배열 안테나로 사용한다. 지난 9월 스페이스X는 60개 이상 국가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 내에서 스페이스X의 안테나 등 단말 기기 가격은 600달러, 월 통신비는 현재 120달러이다.
(일러스트 픽사베이)
21세기 혁신 아이콘 일론 머스크, 그가 시도했던 사업들은 무모해 보였지만 일론 머스크의 계획은 착착 현실화되고 있다. 테슬라 전기차의 최종목표 자율주행 시스템에 있어서도 스타링크가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이다. 화성에 인간이 살 수 있는 기지를 세우겠다는 목표 역시 진행 중이다. 그는 스타십을 도입, 한 번에 약 400개의 위성을 우주로 보낼 계획이다.역사 이래 한 개인이 전쟁과 평화 시 모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를 점한 인물은 드물었다. 분명 ‘한 개인이 국가나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머스크의 계획대로 4만2,000개의 스타링크가 완성된다면 머스크는 확실한 ‘우주 권력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우리는 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글 권이현(라이프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7호(23.1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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