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퀴즈 프로그램을 보다가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24층에서 떨어진 고양이가 크게 다치지 않고 땅에 안전하게 착지했다는 것이다. 고양이 못지않게 개의 후각 능력도 상상 이상이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고양이의 정위반사 능력에 있다. ‘정위반사’란 동물이 어떤 상황에서도 머리를 바르게 두려는 자세 반사로, 개와 토끼, 다람쥐, 개구리 등도 정위반사를 보인다. 아무튼 이에 따르면 고양이는 추락할 때 본능적으로 정위반사를 하는데,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추락 직후 고양이는 눈과 전정기관을 동원해 위아래를 판단하고 재빨리 몸을 비틀어 다리가 아래를 향하도록 자세를 바로잡는다. 그런 다음 네 다리를 날개처럼 사방으로 뻗어 공기 저항을 최대화하며 추락 속도를 늦추고, 몸이 바닥에 가까워지면 등을 구부리고 다리를 아래로 쭉 뻗어 착지한다. 정위반사는 생후 3~4주부터 나타나고, 6~9주면 완성된다.
하지만 모든 고양이가 추락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부상을 입거나 쇼크로 목숨을 잃는다. 특히 비만형 고양이는 순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소추락증후군’에 취약하다. 고소추락증후군은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입게 되는 여러 부상들, 즉 턱·치아·다리·골반·척추 등의 골절과 복강 장기 손상 등을 말한다. 그러니 고양이가 추락한 뒤 별다른 이상을 보이지 않더라도 동물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실험도 있다. 반려인이 나간 뒤 다른 사람이 반려인의 옷을 집 안 곳곳에 털며 냄새 농도를 꾸준히 유지했더니, 평소엔 퇴근 시간에 맞춰 현관 앞에 앉아 기다리던 개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처럼 퇴근한 보호자를 보고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생각해 보면 수리도 그런 면이 있다. 밤에는 반드시 제 방석에서 잠이 드는데, 아침 6시만 되면 이불에 넣어 달라고 침대 위로 온다. 시간 오차가 5분을 넘는 일이 거의 없어, 휴대폰에 6시로 설정해 둔 기상 알람을 해제한 지 오래다. 가끔은 수리가 시계를 볼 줄 아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진지하게 하는데, 이런 맥락이라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개의 후각 능력이 떨어지지만 감각 기관 중 가장 나중에 쇠퇴하기 때문에, 시각과 청각을 잃더라도 후각만으로도 익숙한 곳에서의 루틴은 별 문제없이 해낸다. 그래서 반려견이 1년 전에 이미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사실을 모른 채 지내다 뒤늦게 알게 되는 사례도 가끔 있다고.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6호(23.11.28) 기사입니다]
날개를 능가하는 본능적 반사
십여 년 전 부산에 사는 고양이가 아파트 24층에서 아래로 추락했는데, 무사히 목숨을 건졌다. 골절상도 없었고 가벼운 폐 출혈이 있었지만 곧 회복되었다고 한다. 이것만 해도 놀라운데, 인터넷을 검색하니 뛰는 고양이 위에 나는 고양이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64층에서, 호주에선 34층에서 각각 추락한 고양이도 무사했다는 것이다.이게 가능한 이유는 고양이의 정위반사 능력에 있다. ‘정위반사’란 동물이 어떤 상황에서도 머리를 바르게 두려는 자세 반사로, 개와 토끼, 다람쥐, 개구리 등도 정위반사를 보인다. 아무튼 이에 따르면 고양이는 추락할 때 본능적으로 정위반사를 하는데,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추락 직후 고양이는 눈과 전정기관을 동원해 위아래를 판단하고 재빨리 몸을 비틀어 다리가 아래를 향하도록 자세를 바로잡는다. 그런 다음 네 다리를 날개처럼 사방으로 뻗어 공기 저항을 최대화하며 추락 속도를 늦추고, 몸이 바닥에 가까워지면 등을 구부리고 다리를 아래로 쭉 뻗어 착지한다. 정위반사는 생후 3~4주부터 나타나고, 6~9주면 완성된다.
하지만 모든 고양이가 추락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부상을 입거나 쇼크로 목숨을 잃는다. 특히 비만형 고양이는 순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소추락증후군’에 취약하다. 고소추락증후군은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입게 되는 여러 부상들, 즉 턱·치아·다리·골반·척추 등의 골절과 복강 장기 손상 등을 말한다. 그러니 고양이가 추락한 뒤 별다른 이상을 보이지 않더라도 동물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킁킁, 시간을 ‘냄새 맡는’ 개
개는 반려인이 외출했다 돌아오는 때를 후각으로 알아차린다고 한다. 집 가까이 온 반려인의 냄새를 맡고 아는 게 아닌, 집 안에 남아 있는 반려인의 냄새 농도를 통해 귀가 시간을 짐작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반려인의 냄새가 점점 옅어지는 것을 감지해 ‘이쯤까지 옅어지면 돌아오는데’ 하고 생각하는 것. 특히 집을 들고나는 시각이 일정한 반려인이라면 정확도는 더 높아진다.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실험도 있다. 반려인이 나간 뒤 다른 사람이 반려인의 옷을 집 안 곳곳에 털며 냄새 농도를 꾸준히 유지했더니, 평소엔 퇴근 시간에 맞춰 현관 앞에 앉아 기다리던 개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처럼 퇴근한 보호자를 보고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생각해 보면 수리도 그런 면이 있다. 밤에는 반드시 제 방석에서 잠이 드는데, 아침 6시만 되면 이불에 넣어 달라고 침대 위로 온다. 시간 오차가 5분을 넘는 일이 거의 없어, 휴대폰에 6시로 설정해 둔 기상 알람을 해제한 지 오래다. 가끔은 수리가 시계를 볼 줄 아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진지하게 하는데, 이런 맥락이라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개의 후각 능력이 떨어지지만 감각 기관 중 가장 나중에 쇠퇴하기 때문에, 시각과 청각을 잃더라도 후각만으로도 익숙한 곳에서의 루틴은 별 문제없이 해낸다. 그래서 반려견이 1년 전에 이미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사실을 모른 채 지내다 뒤늦게 알게 되는 사례도 가끔 있다고.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6호(23.11.28) 기사입니다]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